구 안기부 시절 불법도청을 전담해온 미림팀은 정보수집의 과학화 방침에 따라 1991년 7월 공운영씨 주도로 총 5명의 인원으로 조직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림팀은 김영삼 대통령 정부 들어 1993년 7월 조직개편과 함께 해체됐다가 1994년 6월 경제과 수집관으로 강등되어 근무하던 공씨에 의해 3명으로 다시 구성돼 1997년 11월까지 3년5개월동안 시내 중심가의 안가를 중심으로 여당내부 동향, YS. DJ측근 인사, 이회창 등 주요 인사의 동향을 주로 도.감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은 5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내에서 이른 바 `안기부 X파일' 사건에 대한자체 중간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미림팀은 1991년 9월 출범한 뒤 유명 접객업소에서 주요 정치인과 그의 측근들을 도.감청하다가 1992년 9월 선거전 와중에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담당 국장의 지시에 따라 활동이 중단되고 보관 중이던 40∼50개의 불법 테이프도 소각됐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1차 미림팀은 이어 조직개편과 함께 1993년 7월 공식 해체됐지만 1994년 2월 새로 부임한 오정소 대공정책실장의 지시에 따라 그 해 6월 재구성됐고 하루 1∼2개의테이프를 생산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미림팀은 녹음상태가 불량하거나 정보가치가 적은 테이프는 사무실 일반 캐비닛에 보관하다가 6개월마다(통상 200여개) 소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공씨는 미림팀이 1차 해체될 당시 서기관이었지만 사무관직에 보임돼 사실상 강등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씨는 1994년 미림팀을 다시 맡게 되면서 "언젠가 다시 도태될 수 있다"는 피해의식에서 94년 6월∼97년 11월간 생산한 갯수 미상의 테이프와 녹취록 가운데 테이프 274개와 녹취록 5권을 무단 반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전했다.
공씨는 이어 지난 99년 9월 삼성으로부터 사업 지원을 받기 위해 동료인 임모씨로 부터 소개받은 재미교포 박인회씨에게 테이프 1개와 녹취록 3~4개를 전달했으며박씨는 이를 공씨에게 돌려주기전 테이프 2개, CD 2개를 복제하고 녹취록 5부도 복사해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씨와 임씨, 박씨는 불법 테이프 등을 이용해 삼성과의 불법 거래를 시도하는한편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불법 취업청탁 등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고국정원은 밝혔다.
공씨는 1999년 국정원에 반납한 테이프 및 녹취록 수가 최근 검찰이 압수한 테이프.녹취록 수와 다른 것과 관련, "집에서 간이복사기로 며칠에 걸쳐 복사하다 보니 2중.3중으로 복사된 경우가 많아 검찰에 압수당한 녹취록 매수가 늘어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국정원은 전했다.
천용택 원장은 1999년 11월 한 간부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며 감찰실장에게 공씨로부터 불법도청 테이프 등을 회수토록 지시했고 그 해 12월4일 회수해 보관하다가임동원 원장이 취임한 그 해 12월26일 이후 전량 소각됐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국정원은 미림팀의 보고라인과 관련, "공운영이 중간계선을 거치지 않고 국장또는 차장에게 직보하는 체제였다"고 밝혔지만 도청내용이 이원종-김현철 라인으로전달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현직 직원 10여명에 대한 조사 결과,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와 함께 미림팀의 재조직이 오정소 당시 실장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드러났다고 밝혔을 뿐 상부 지휘 라인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퇴직직원에 대한 체계적인 보안관리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1일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면서 "전직 직원에 대해서도 직무 관련 범죄 수사권을 보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국정원법 제 3조 직무관련 조항을 개정하는 방안을 심층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지일우 홍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