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가 이미 지난 부실채권을 추심 전문 대부업체에 팔아 서민들에게 빚독촉을 하도록 하는 금융권의 영업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정하니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지난달 SBI 저축은행은 3조3,000억원의 부실채권을 추심 전문업체인 에이투 자산관리대부에 283억원에 매각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SBI가 매각을 시도한 채권에는 소멸시효가 이미 끝난 채권도 일부 섞여 있었습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 소멸시효가 다해 아예 돈을 못 받는 부실채권을 팔아넘기는 것은 이득이 되고, 추심 대부업체도 일부 회수를 할 수 있어 이익이 생깁니다. 이 과정에서 더 이상 갚아야 할 의무가 사라진 채무자들만 억울하게 빚독촉을 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브릿지]
범죄에 공소시효가 있는 것처럼 빚에도 ‘소멸시효’가 있습니다. 일정 기한이 지나면 더 이상 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채무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빚에 ‘소멸시효’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민 인터뷰]
Q. ‘빚’에도 ‘소멸시효’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김영주 / 성산동 53세
“아니요, 몰랐는데요.”
백승준 / 문래동 45세
“네, 처음 듣는데요.”
상법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돈은 마지막 상환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사라집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났더라도 채권 기관이 법원에 채권자의 지위회복을 위한 ‘지급명령’을 신청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채무자가 이 사실을 통보받은 후 2주 안에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소멸시효가 10년으로 연장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기준 대법원의 지급명령에 이의 제기를 한 비율은 20%. 5명 중 4명꼴로 추심에서 벗어 날 수 있음에도 이러한 내용을 잘 몰라 다시 빚독촉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소멸시효가 끝난 채무에 대해 지급명령을 신청해 채무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합법입니다. 하지만 소멸시효를 악용해 어려운 처지로 빚을 갚지 못한 사람들이 이를 잘 몰라 또다시 빚독촉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정부의 조치가 시급한 시점입니다. 서울경제TV 정하니입니다.
[영상취재 장태훈·이창훈 / 영상편집 이한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