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제2롯데월드 부지에 112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던 롯데그룹의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정부는 26일 국무조정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를 열고 “초고층 건물을 건립할 경우 비행안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국방부측의 의견을 받아 들여 신축 건물의 높이를 203m 이내로 제한키로 결정했다.
롯데그룹측은 당초 제2롯데월드를 555m(112층) 높이로 지을 계획이었지만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건립계획 자체가 원점에서 재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는 “롯데 측의 새로운 제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앞으로 4대문 안이 아닌 곳 중에서 적절하다면 초고층 빌딩을 적극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측도 “정부의 불허 방침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허가권자인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 등을 내거나 203m 이하로 제2롯데월드를 짓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 초고층 건립계획이 좌초되면서 기대감으로 크게 뛰었던 주변 아파트 값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날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의 허용여부와 상관없이 재건축을 추진 중인 잠실주공5단지와 송파대로 등 주변지역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도 집값 거품을 가라앉힐 것으로 보인다.
잠실5단지 인근 K부동산 관계자는 “지난달 건축허가 유보 결정이 난 이후 한달간 112㎡(34평) 기준으로 1억원 정도 값이 떨어졌는데, 이번 결정으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당장 한 매도자가 12억5000만원에 내놓았던 112㎡(34평) 물건을 4,000만원 가량 낮췄다”고 덧붙였다. 인근 S부동산 관계자도 “초고층 건립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이 별로 없었는데 앞으로는 매물이 많이 나오면서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시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초고층빌딩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해 4월 “현행 군용항공기지법상 비행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롯데측 안대로 제2롯데월드에 대한 세부개발계획을 결정했으나 국방부가 비행안전에 지장이 있다는 이유로 행정협의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제2롯데월드 신축예정지가 군용항공기지법 상 비행안전 제2구역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미연방항공청(FAA)과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을 적용하면 비행안전구역에 포함되고, 서울공항 계기비행절차상 접근절차보호구역에 포함되기 때문에 고도제한이 필요하다”며 초고층 빌딩 건립에 반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