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원을 받아 부도ㆍ화의ㆍ법정관리ㆍ워크아웃 기업을 인수, 구조조정으로 회생시켜 지분을 되파는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ㆍCorporate Restructuring Company)가 주가조작 등 작전세력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CRC 통한 최대 작전 적발=검찰에 따르면 사채 70억원으로 자본금을 가장납입해CRC(디바이너)를 설립한 김동호(33ㆍ구속)씨 등은 세우포리머(현 세우글로벌)의 구조조정을 빙자, 지난해 2월 유상증자 과정에서 “구조조정으로 경영상태가 호전될 텐데 청약금의 2~4배 이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로부터 300억원을 거둬 대주주가 됐다. 이어 회사주식을 담보로 사채 등 800억원을 동원, 100여개의 차명계좌로 2,000여차례 허수주문과 통정매매를 통해 작년 2월 주당 870원이었던 주가를 10월 1만원으로 끌어올리며 무려 170억원(실현이익 기준)의 차익을 챙겼다.
또 작년 3~5월 I&D창투사에서 구조조정을 받고 있던 부흥(상장사)의 주가를 40억여원을 동원해 1,268회에 걸쳐 조작, 10억여원을 챙겼고, 재작년 8월~작년 5월 한국와콤전자의 주식도 조종해 8억여원을 차익을 올렸다. 이 과정에 의원보좌관 출신의 공기업 간부, 8개 증권사 전현직 직원, 기업 대표 등 14명이 공모, 기획ㆍ 매매지휘ㆍ자금조달ㆍ계좌동원 등을 분담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은 5∼10일 단위로 주가조작매매가격 별 손익을 예상한 `손익 시뮬레이션` 자료도 작성했으며 주가조작을 위해 별도의 사설 트레이딩 룸을 마련하는 대담성도 보였다.
또 현금흐름이 좋다는 것을 알고 광명전기(상장사)를 CRC(크레디온)로부터 인수한 뒤 회삿돈을 80억원이나 횡령한 이종학(37)씨의 경우 구속된 뒤 빚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식으로 경영권을 재 장악한 의혹이 있으나 현행법상 제재수단이 없다며 검찰은 아쉬워했다. 이 범죄에는 공인회계사인 김모(32)씨도 가담,회계사들의 모럴 해저드가 드러나기도 했다.
◇CRC 작전세력 온상으로 변질=지난해 10월 자본금이 70억원으로 상향 되며 102개에서 61개로 줄었던 CRC들은 부실기업 인수협상시 채권단과의 채무조정 과정에서 허위채권으로 비자금을 만들거나 인수한 회삿돈을 횡령하고 주가조작으로 거액을 챙기는 행태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2001년 9월 `이용호 게이트` 당시 이씨가 G&G라는 CRC를 통해 기업사냥과 주가조작, 자금횡령을 저질렀던 범죄유형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CRC에 사채나 조폭자금, 기업비자금 등이 동원되고 있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곽상도 서울지검 특수3부장은 “취득ㆍ등록세 감면혜택 등을 받고 있는 CRC들이 기업사냥꾼들의 주가조작 등 불법의 온상으로 전락했다”며 “C사 등 CRC들과 시세조종 자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증시 관계자는 “CRC 등록ㆍ관리는 산자부, 감독은 금감위, 자금지원 결정과 집행은 중기청과 중진공으로 분산돼있어 검증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고광본기자 kb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