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공기관 부채가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해 300조원 초반이던 2009년 이후 불과 4년 만에 무려 200조원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기관장 평균 연봉은 1억3,710만원에서 1억6,270만원으로 18.7% 늘었고 직원 연봉은 5,900만원에서 6,660만원으로 12.9% 올랐다. 공공기관 부채 비율은 전년 대비 소폭 줄었지만 이는 자산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율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획재정부는 3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www.alio.go.kr)'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304개 공공기관의 2013년 경영정보를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기관 부채는 523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조2,000억원이 늘었다. 매년 최대 60조원 넘게 부채가 늘어난 것에 비하면 부채 증가 속도는 둔화됐다. 하지만 처음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부채 1위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부채는 142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조2,000억원 늘었고 한국전력은 104조원의 부채를 기록해 규모 면에서는 2위지만 증가액이 9조원으로 지난해 가장 많은 빚을 진 기관이 됐다. 예금보험공사가 46조 6,000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가스공사와 도로공사의 부채가 각각 34조7,000억원과 25조9,000억원이었다. 증가액 부문에서는 철도공사(3조2,000억원)와 가스공사(2조4,000억원)가 한전의 뒤를 바짝 쫓았다.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고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재무취약 기관의 경우 2012년 2개에서 지난해 4개로 늘었다. 해당 기관은 LH·석탄공사·한전·광물자원공사다.
또 공공기관장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0.8%(128만원) 증가한 1억6,270만원이었다. 이는 2012년 증가율인 2.8%보다 둔화된 수치로 성과급이 3.3% 감소한 영향이다. 직원 연봉은 6,660만원으로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산은금융지주 등이 지난해에 이어 최상위권에 자리했다. 공공기관 정상화 계획이 올해부터 시행되면 내년부터 실질적인 임금 삭감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전체 공공기관 성적표는 이제 겨우 낙제점에서 벗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1조6,000억원의 적자 대비 지난해 5조3,000억원의 순이익을 남겨 흑자 전환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0년 4조2,000억원 이후 3년 만이다. 공기업 가운데 18곳은 흑자였고 6개는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공공기관 모두 자기 사업을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부채를 줄이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기관장은 보다 독립적 위치에서 책임감을 갖고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