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정책국이 정책 인프라인 국내 중견기업 통계를 만들면서 이에 대한 조사를 중견기업 이익단체인 중견기업연합회에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따라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정책당국이 이익단체에 휘둘려 그들의 이익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중견련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지식경제부가 내놓은 '2011년 중견기업 통계 조사'는 우리가 맡아서 한 것"이라며 "조사 결과 중견기업 수는 1,422개, 전체 기업 대비 비중 0.04%에 그치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전체 기업체 수를 파악하기 힘들어 사업체 수 기준으로 수치를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통계 데이터와 관련, 중기청이 제대로 검증을 했는지는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중기청 중견기업국은 본지의 수차례에 걸친 공식 통계자료및 산출근거 제공 요청을 거부했다. 황수성 중견기업정책과장은 "중견련이 매년 조사하는 것은 맞지만 기초 데이터를 내놓는 곳은 한국은행이나 통계청 등으로 한정돼 있다"며 "기초 데이터는 모든 정부기관이 다 공유하는 데이터로 관련기관이 조사하는 것이고, 중견련이 하는 것은 애로사항 등 실태조사에 그치고 있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통계산출 외에도 그동안 중견기업국이 중견련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점을 석연치 않게 보는 분위기다. 일례로 올초 중견기업국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중소기업청으로 이관 결정이 나자 중견련은 반대 성명서를 내고 중견기업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중견련은 중견기업을 육성하려면 규제를 풀거나 강력한 지원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중기청은 차관급 부처로 법률안 심의ㆍ제안권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당시 관가와 업계에서는 모종의 협조관계 속에서 중견련이 중견기업국 이관을 반대하는 데 앞장선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정부조직개편을 앞두고 벌어진 지식경제부와 중기청과의 파워게임에서 중견련이 지경부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