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의 거침없는 상승세로 오일 쇼크가 가시화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지난 26일 배럴당 5.09달러(3.8%) 오른 139.64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주말에 140달러를 넘어섰다. 고유가는 뉴욕증시에 직격탄을 날렸고 뉴욕증시 하락은 국내증시 등 세계증시의 도미노 급락을 불렀다. 고유가의 충격은 금융시장뿐만이 아니다. 고유가는 물가를 밀어올리고 경제성장률을 저하시킨다. 우리는 물론이고 세계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고통은 인플레이션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정부ㆍ기업ㆍ국민 모두가 위기의식을 갖고 힘을 합쳐도 대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쇠고기 문제로 분열과 혼란을 거듭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유가의 고공행진은 달러약세, 세계적 수급불일치,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설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유가안정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결정과 중국의 유류소비 억제를 위한 유가인상 등의 약발은 일주일도 못 갔다. 웬만해서는 상승추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실제로 유가는 여름에 150~17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석유수출국기구 의장)까지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고유가는 이미 우리 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만들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넘어섰고 경상수지도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성장률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하반기 유가가 평균 150달러가 되면 성장률은 2.0%, 물가상승률은 9.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생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시나리오다.
정부는 유가급등에 따라 에너지 절약과 서민층 등 타격이 큰 계층에 대한 지원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당장의 충격 완화를 위해서는 절약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 정부 대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식과 자세다. 모두가 비상한 각오로 절약을 생활화해야 한다. 촛불시위도 이젠 마무리해야 하며 노동계의 파업 자제도 필요하다. 사회혼란이 장기화돼 불확실성이 증폭되면 경제는 정말 벼랑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