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사업을 시작한 후 이렇게 강경한 분위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최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정태(65ㆍ사진) 중소기업남북경협교류회장(안동대마방직 대표)은 북한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가 평양을 다녀온 것은 지난 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와병설이 나온 9일 창건일 기념행사 3일 전이다. 사업 문제로 매달 평양을 방문하는 그가 느낀 분위기는 남북이 정치적 갈등을 겪을 때보다 심각했다. 김 회장이 대표로 있는 안동대마방직은 2005년 북한 새별총회사와 함께 평양대마방직을 설립, 북한에서 재배한 대마로 수의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평양대마방직은 당초 2005년 6월 본공장 완공식을 갖고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사회간접시설(SOC) 공사가 늦어지면서 준공식 일정이 지금까지 차일피일 미뤄져왔다. 김 회장은 “북측이 원자재(실크 40톤)를 현금 대신 공급하기로 해서 이번에 평양을 방문했던 것인데 막상 현장에는 2톤도 안 남아 있더라”며 “현금을 가져온 중국 측에 내가 도착하기 며칠 전 팔았다는 말을 듣고 황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이 돈이 정말 급했구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북한 관계자는 항의하는 김 회장에게 ‘정책적으로 그렇게 됐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평양대마방직 본공장 준공이 늦어지면서 안동대마방직은 매출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고 자금줄도 모두 말라버렸다. 김 회장은 “은행에도 공장 완공까지 원리금 상환이 어렵다고 통보했다”며 씁쓸히 웃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안동대마방직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10여년간 남북교류에서 역경을 이겨낸 회사들이 하나 둘 쓰러지고 있다”며 “새로 북한에 기업을 진출시켜 현 수준까지 올라오려면 5년이 지나도 하나를 성공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정부가 개성공단에만 집착하고 있는 점에도 서운함을 비쳤다. 그는 “마치 개성공단이 경협의 전부인 양 생색을 내고 광고하는데 내륙에 진출해 오랜 기간 북측과 신뢰를 쌓아온 소규모 기업이 오히려 남북관계에 더 큰 역할을 한다”면서 “이들은 경기악화ㆍ마진축소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잠식해 들어오는 중국진출 기업과 경쟁하며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이달 중 중소기업남북교류협의회 이사회를 소집했다. 김 회장은 “민간단체 입장에서 남북관계와 경제교류에 대한 토론회를 벌이거나 성명서를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