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前회장 퇴임 1년 지금 삼성은

조직·두뇌·사옥 모두 바꾸고 "뉴 삼성 변신중"
스타 CEO 물러나고 최지성 사장등 젊은피 전면배치
사장단협의회서 그룹 전략 조율… 본사 서초동 이전도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

삼성의 의사결정 구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핵심 인사들은 용퇴했고 그룹은 세대교체를 시도했다. 본사 사옥은 태평로에서 서초동으로 옮겼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퇴임을 선언한 게 지난해 4월22일.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오늘, 삼성은 “바꿀 수 있는 건 다 바꿨다”고 할 정도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삼성은 3가지 큰 틀을 모두 바꾸고 ‘뉴 삼성’으로의 변신을 추진 중이다. ◇조직이 바뀌었다=삼성그룹은 지난 1월 대규모 인사를 통해 인적 쇄신에 나섰다. 60세 이상 경영진은 대부분 물러났다. 특히 이기태 전 부회장과 황창규 전 사장 등 삼성전자의 스타급 최고경영자(CEO)가 용퇴한 것은 삼성의 변화 몸부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다. 뿐만 아니라 삼성의 전체 임원 가운데 20% 가까운 이들이 옷을 벗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최지성 사장, 신종균 부사장 등 ‘젊은 피’가 전면 배치됐다.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능력 있는 젊은 인물을 파격적으로 발탁해 조직에 활기를 주겠다는 의도다.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디바이스솔루션(DS)과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DMC) 부문으로 재편돼 사실상 두개의 회사처럼 운영되고 있다. 본사 근무인력 중 1,200명이 현장에 재배치됐다. 세대교체와 조직혁신을 통해 ‘뉴 삼성’의 시동을 걸겠다는 전략이다. ◇두뇌가 바뀌었다=이 전 회장 퇴임 후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전략기획력 부재를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특히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고 이학수 전 실장까지 물러난 상황이어서 우려는 더욱 컸다. 하지만 기우였다. 삼성은 그룹 전체를 총괄할 협의체로 사장단협의회를 가동 중이다. 전 계열사 CEO급 인사들이 수요일마다 모여 의견을 조율한다. 아직까지 큰 결정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글로벌 불황 속에서 경기 진단과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의 전략기획 시스템의 성패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가 많다. 이 부분에서 삼성은 여전히 ‘변신 중’이기 때문이다. 다만 오너십을 대체할 만한 리더십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도 여전하다. 사장단협의회를 제외한 투자조정위원회ㆍ브랜드관리위원회 등 전략기획 업무를 나눠 맡은 상설위원회는 별다른 활동이 없는 상태다. ◇사옥도 바뀌었다=삼성은 지난해 11월 태평로 본사를 서초동으로 이전했다. 직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 가운데 하나다. ‘둥지’를 옮긴 만큼 그에 걸맞은 변화를 줬다. 사무실에 의자를 ‘셀’ 형태로 바꾸고 팀별 소통을 원활히 했다.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을 도입하고 출퇴근 시간까지 자율화했다. 한 마디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전부 바꾼 격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회장 퇴임도 중요한 계기였지만 공교롭게도 직후 찾아온 글로벌 불황 또한 삼성의 변화를 이끈 주된 동력 중 하나”라며 “업무 공간도 바뀐 만큼 임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고 업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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