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포커스] 확 줄어든 금융 공기업 복지 혜택

의료비부터 경조사비·학자금까지 줄줄이 폐지
복리후생 사실상 반토막…'신의 직장' 사라지나
골프회원권·운전보조비 없애… 각종 국내외 연수도 재검토
"혜택 다시 부활하기 힘들 것"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국책은행들의 복지 혜택이 대폭 사라지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방침에 따라 연 1,000만원에 육박하던 국책은행들의 1인당 복리후생비는 절반 이상 축소되는 분위기다.

가족에 대한 의료비 지원, 경조사 및 학자금 지원 등은 1순위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 이미 폐지되거나 폐지가 추진되고 있다.

특히 올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됨에 따라 이들 은행도 조만간 중점관리 대상 공공기관에 포함돼 과도하다고 지적받던 복지 혜택에 대대적인 칼질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미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 이달 말까지 복지 혜택 축소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한 상태다. 이러다 보니 국책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의 직장'은 옛말"이라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18일 금융계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산업은행·기업은행·정책금융공사 등 국책은행 또는 금융공기업들의 복지 혜택이 잇따라 축소되고 있다.

이미 중점관리 대상 공공기관에 포함된 수출입은행은 1인당 복리후생비가 지난해 969만원에서 올해 393만원으로 60%가량 축소됐다. 수은은 지난해부터 '보수·복지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 각종 복지 혜택의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가족들에게까지 지급되던 의료비는 최우선적으로 없어졌다. 수은은 배우자까지 건강검진비 지원을 해주던 것을 임직원 한정으로 변경됐으며 기존 직원 및 가족 대상 업무 유·무관 질병에 대한 의료비 지원도 폐지했다.

또 예산 절감을 위해 체육행사를 크게 간소화했으며 포상제도를 개선해 기존 복리성 지출을 대폭 줄이고 있다. 학술연수와 고급관리자 과정 등 각종 국내외 연수 프로그램도 재검토에 들어갔고 골프장 회원권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되던 수은 직원들의 해외 출장비를 수출기업이 부담하던 문제도 수은이 직접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산업은행도 공공기관 재지정에 따라 1인당 850만원이던 복리후생비가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20만원 이상 본인부담금에 한해 의료비 지원을 해주던 제도를 없애고 각종 경조사비 지원도 절반가량 줄였다. 직원 자녀의 해외 학자금 지원 혜택도 대폭 축소할 방침이다. 중·고등학교 학자금 지원은 공무원 수준으로 맞춰진다.

정책금융공사는 1인당 복리후생비를 전년보다 42% 줄어든 424만원으로 축소했다. 가족한테까지 지급하던 의료비 지원과 명절 상품권 지급은 없어졌다. 간부들한테 지급되던 운전보조비 역시 폐지됐다.

산업은행과 함께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된 기업은행 역시 이달 말까지 복지 혜택 축소 방안을 확정 지을 계획이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의 1인당 복리후생비(지난해 기존 604만원) 역시 상당 부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비 부분에서 해외 근무 직원 자녀의 학자금 지원을 축소하고 직원과 부양가족의 의료비 지원을 줄이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정부와 협의가 끝나지 않아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공공기관 정상화 차원에서 각종 복지 혜택을 축소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책은행을 포함해 전체 공공기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사라진 복지 혜택이 다시 부활되는 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 다시 벗어나지 않는 한 복지 혜택이 다시 부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는 오히려 민간회사들보다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금융공기업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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