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 파이낸스 2015] 금융지주회장·행장들의 뼈저린 자성

"금융산업 변화 빠르고 무서워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도태"
'파괴적 혁신' 시대로 진입… 융복합서비스가 생존 관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19일 최근의 금융산업 흐름에 대해 '파괴적 혁신'의 시대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새 기술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지만 반대로 기존 체계를 위태롭게 한다는 의미다.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인 클레이턴 크리스텐슨의 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나온 개념으로 미국 아마존이나 애플 같은 기업의 혁신과정에서도 인용됐다. 윤 회장은 "금융회사는 모든 것을 고객 중심으로 원점에서 생각해야 하며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차별화된 융복합 서비스를 제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 경쟁력 순위 80위(세계경제포럼·WEF), 금융선진국 대비 점수 66점(대한 상의),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 중 한국 기업 전무(IDC),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5.5%(2013년).

한국 금융산업의 초라한 현실이다. 국내 금융산업은 경제성장의 윤활유가 되기보다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지 오래다. 금융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은행업의 부가가치는 지난 2011년 이후 10조원 가까이 급감했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8.4%에서 2013년 2.7%까지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외환위기를 통해 한 차례 거칠게 우리 금융산업을 훑고 지나간 금융시장의 '빅뱅'은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유동성 위기에 따른 충격이 아닌 금융산업 자체의 본질적이고 근원적 변화다. 핀테크 혁명과 금융소비 채널 변화로 금융회사 오프라인(영업점) 채널들이 강한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고 은행·보험·증권 간 칸막이는 영업 채널의 혁명 속에서 허물어지고 있다. 자생력을 잃은 금융회사들은 잇따라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며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위기의식은 심각하다.

서울경제신문이 '리빌딩 파이낸스 2015' 시리즈를 계기로 한 긴급 인터뷰에서 국내 주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은 "금융산업의 변화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무섭다"며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고 두려움을 표시했다.

임종룡 농협금융 회장은 "금융시장에서 1위와 나머지 회사 간 격차가 더욱 심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기민하게 대응하면서도 조금 더 창조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바로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한 해"라며 "우리나라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전 세계적으로 약진하고 있어 금융회사들도 더더욱 빨리 변화해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이익이 줄어든다고 해서 금융산업이 움츠러들다가는 엄청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금융산업 격변에 역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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