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약속한 사재 출연이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현 회장이 사재 출연 등 세부적인 피해자 보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현 회장의 장모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동양네트웍스에 대여한 1,600억원 상당의 주식도 회사 회생에 사용되면서 오너 일가의 재기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동양네트웍스 측은 이에 대해 '결정된 것이 없다. 회생절차 일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동양증권 등 내부에서도 이 이사장의 대여금을 일반투자자 피해복구에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금융권 및 동양증권 등은 현 회장 본인의 자산뿐 아니라 오너 일가가 동양네트웍스에 대여한 1,600억원의 자금을 피해자 보상에 사용하는 등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계획을 조속히 확정 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오너 일가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경우 동양네트웍스는 웨스트파인골프장 등 이 이사장이 지난해 말 대여한 주식으로 확보한 자산 등을 매각해 회생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이 이사장은 지난해 12월께 자신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 약 16만주, 약 1,600억원을 무상으로 동양네트웍스에 대여했으며 올 9월에는 그룹 위기 극복을 돕기 위해 이를 아예 증여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증여 계획은 발표 1주일 만에 동양네트웍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실제 증여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네트웍스의 핵심 채권자로 약 1,600억원 상당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상반기 말 기준 동양네트웍스의 부채 총액이 약 3,88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오너 일가인 이 이사장이 전체 채권의 약 40%가량을 가진 셈이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이 이사장의 대여금이 동양네트웍스 회생에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동양네트웍스 고위경영진은 이 같은 점을 강조해왔다. 이것이 진행될 경우 이 이사장의 대여금이 결국 오너 일가의 경영권 확보 기반이 될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회생계획이란 결국 채무 변제계획이기 때문에 이론상 이 이사장의 채권도 변제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자산 중에서 1,600억원의 대여금은 상당한 재산이므로 결국 이 자금이 사재 출연에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동양증권의 입장이다.
동양증권은 최근 주요 일간지 광고를 통해 "서남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이 동양그룹 대주주의 지배권 유지를 위해 쓰이기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법적으로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동양그룹 투자자 손실 배상에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서 현 회장은 이와 관련, 국정감사 현장에서 사재 출연을 약속하기도 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국감 현장에서 "현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과 관련해 동양 사태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줄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의지가 있다면 채권액을 감액하더라도 자산매각을 통해 금액을 변제 받은 후 이를 투자자 보호에 활용할 수 있는 곳에 증여할 수 있다"며 "이 이사장과 현 회장 부부의 의지와 결단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양네트웍스 관계자는 "이 이사장의 대여금은 지금까지 계열사의 회생자금으로 사용한 금액"이라며 "동양네트웍스는 채무자 입장이기 때문에 대여금의 활용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양네트웍스는 이와 관련, 지난달 24일 "이 이사장이 대여한 오리온 주식 등 일체의 사항은 회생절차 일정에 따라 변동되거나 결정될 것"이라고 공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