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어디 없소" 물량확보 전쟁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절대부족…보험 등 기관들 물량 못구해 발동동


최근 들어 국내 채권시장에서 물량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로 채권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험 등 기관들은 물론 고액자산가들도 채권 물량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 지점은 전날 첫 발행된 국채 30년물 수요가 당초 예상의 2~3배까지 몰리면서 물량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SNI코엑스인터컨티넨털 지점은 자체 수요집계 결과 이날 20억원 정도의 30년물 국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법인과 고액자산가들의 요청이 쇄도하는 바람에 홍역을 치렀다. 삼성증권 SNI코엑스인터컨티넨탈 관계자는 “20억원의 물량이 배정됐는데 60억~70억원의 수요가 몰려 3분의1 정도만 줬다”고 설명했다.

국채 30년물은 9월과 오는 10월 총 발행물량이 8,000억원가량으로 수요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연기금과 보험사의 10년 초과 국고채 보유잔액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0년 23조원 규모였다가 지난해 40조원을 넘어섰고 올 상반기에는 45조원까지 폭증했다.

물량품귀 현상은 회사채도 마찬가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8월까지 회사채 발행규모는 96조4,9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3% 증가했다. 하지만 발행액이 기관 등 투자가의 수요에는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다. LG전자는 이달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3,900억원이 몰리자 발행금액을 1,000억원 늘리기도 했다. 롯데쇼핑은 회사채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준금리보다 낮은 2.98%의 금리로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고 SK텔레콤은 3.45%의 초저금리로 20년 만기 회사채를 시장에 내놓았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무디스의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후 채권 수익률이 좋아지고 있는 가운데 금통위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외국인과 보험사ㆍ일반법인ㆍ개인 등 채권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하지만 발행물량은 이 같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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