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에 본토서 또… 피로 물든 애국일

■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 3명 사망·140여명 부상
작년 총기난사 충격 여전한데…
오바마 "범인 반드시 찾아낼 것"
런던마라톤 앞둔 영국도 비상


"다리가 잘려나간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도처에 피가 흥건했다. 참혹한 광경이었다."

보스턴 마라톤대회 참가자인 루픈 바스타잔(35)씨가 결승점에 도착한 직후 굉음과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쓰러졌다. 그는 자신도 조금만 늦었더라면 희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4대 마라톤대회이자 117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보스턴 마라톤대회가 테러 현장으로 변했다. 15일(현지시간) 오후2시50분께 보스턴 마라톤 결승점 부근의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시내 보일스톤 거리의 레녹스호텔 앞에서 첫번째 폭발이, 10초 후 9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다시 한번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고 흰색과 주황색 연기가 피어 올랐다. 선두주자가 결승점을 통과한 지 3시간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수천명이 막바지 레이스를 하던 와중이었다. 이번 대회 참가자는 2만7,000명에 달한다.

또 이날은 미국 독립전쟁의 시작을 기념하는 '애국일(Patriots' Day)'로 매사추세츠주의 휴일이어서 수많은 시민들이 마라톤을 구경하기 위해 결승점 부근에 몰려 있었다.

폭탄이 터지자 순식간에 많은 시민들과 선수들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뒹굴었다. 대회참가자인 톰 케니(43)씨는 "첫 폭발이 일어나 사람들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을 때 두번째 폭발음이 들렸다"며 "순식간에 우리는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나갔다"고 설명했다. 한 시민은 자기 옆에 있던 남자의 무릎 밑 부분이 날아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당시 폭발현장에서 90m 정도 떨어진 건물 안에 있었다는 또 다른 시민은 "첫 폭발의 충격이 빌딩을 덮쳤는데 대포처럼 거대한 폭발이었다"라며 "두번째 폭발의 위력은 더욱 커 건물 전체를 뒤흔들었다"고 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폭탄테러로 3명이 목숨을 잃었고 140여명이 부상했다. 엄마ㆍ누나와 함께 마라톤에 참가한 아버지가 결승점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8세짜리 남자아이도 희생됐다. 부상자 가운데 17명은 중태인 것으로 알려져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마라톤대회 현장뿐 아니라 보스턴의 존F케네디(JFK) 도서관에서도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쇄 테러의 공포가 엄습했다. 하지만 보스턴 경찰은 도서관 폭발은 마라톤대회 폭발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1년 '9ㆍ11테러' 이후 미국 본토에서 처음 일어난 테러에 미국인들은 공포에 사로잡혔다. 특히 이번 대회는 지난해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의 샌디훅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 26명을 추모하는 의미로 마라톤코스 중 26마일 지점에 특별한 표시물을 세웠고 희생자 가족들도 폭발 당시 VIP석에서 레이스를 관람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사회가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사건이 발생한 직후 뉴욕ㆍ워싱턴DCㆍ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대도시는 치안을 대폭 강화했다. 미국 경호국(SS)은 폭발소식을 접하자마자 워싱턴DC의 백악관 인근 펜실베이니아 거리를 통제했다. 뉴욕 경찰도 세계적 관광명소인 타임스스퀘어 광장을 차단하고 주요 건물에 주요대응팀(CRT)을 배치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시민이 많이 모이는 주요 장소에 대한 특별경계를 지시하는 한편 프로야구(MLB) 등 주요 스포츠 경기장의 보안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오는 21일 런던마라톤이 열리는 영국에서도 테러 비상이 걸렸다. 대회 주최 측은 "대회를 취소하지는 않겠다"면서 "보안조치를 강화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전했다. 영국 경찰 대변인도 경계수위를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보안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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