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글로벌 유동성 증가에 힘입어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이면서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훌쩍 넘어섰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한달 여 만에 9조원 이상을 사들인 상태여서 앞으로는 매수 강도가 다소 약해지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외국인의 바통을 이어받아 누가 매수 주체로 나설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기금이 늘어나고 있는 연기금이 앞으로 점차 매수에 가담하면서 외국인과 함께 쌍끌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6.02포인트(1.30%) 오른 2,023.4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전날 그리스 구제금융 지연 등의 우려로 2,000선 밑으로 밀려나기도 했지만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하루 만에 전날의 하락폭을 만회했다. 이날 새벽에 발표된 미국의 고용과 주택 관련 지표 등이 개선됐다는 소식에 미 증시가 강세를 보인 것이 투자심리를 회복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은 9조3,914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반면 연기금은 올 들어 1조1,021원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연기금이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13조원 가량 순매수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앞으로 연기금의 주식 매수 여력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은 전날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 참석해 “채권 비중을 낮추고 주식과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 수익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해 18.0%인 국내 주식투자 비중을 올해 19.3%까지 늘리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연기금은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8~9배 수준에서 순매수, 11배 이상에서 순매도를 보였다”며 “1ㆍ4분기 중반을 지나고 있는 현재 증시의 PER이 9.3배로 연기금의 매수권에 위치하고 있고, 지수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어 주요 연기금도 자금 집행 속도를 저울질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올해 목표로 하는 주식 비중(19.3%)과 지난해 11월 현재 주식투자 비중(17.8%)을 감안할 때 약 1.5% 포인트 정도의 추가매수 여력이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교직원 공제회도 10.1%에서 12.5%로, 사학연금도 21%에서 23.2%로 비중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11월말 이후 연기금의 순매수를 감안하더라도 약 6조원 정도의 추가 매수 여력이 존재한다”며 “연초 이후 연기금이 순매수 금액의 80%를 집중하고 있는 화학ㆍ조선ㆍ에너지ㆍ기계 업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추가 매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주식시장은 10% 이상 급등했지만 부동산 등 다른 자산의 가격은 부진하다”며 “최근 연기금이 1조원 정도 순매도 했지만,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 놓은 주식들이 크게 오르며 전체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비중 정해두고 자산을 운용하는 만큼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어선 현 시점에서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