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할수록 투명하게

지난 10일 SK㈜의 2차 이사진 간담회 후 간단한 브리핑이 있었다. SK㈜ 홍보팀장은 간담회 내용을 알리면서 “공식 이사회는 17일 전에 열리겠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루 만에 이 말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SK㈜의 한 사외이사는 전화통화에서“간담회가 끝나고 이사회 날짜를 15일 10시로 잡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외이사의 대답 역시 같았다. SK㈜의 대외창구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거짓말은 SK㈜의 최고경영진 가운데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간담회에 참석치 않았던 홍보팀장은 사내이사이자 직속 상관인 모 전무로부터 지침을 받았다. 공시담당 최고책임자이기도 한 이 임원은 이사회 개최 시기가 결정됐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았거나,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 임원이 사장이나 부회장으로부터 그 같은 지시를 받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어쨌든 거짓말은 그렇게 생겼다. 2차 이사진 간담회를 앞둔 지난 주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이 달초 SK글로벌 정상화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SK㈜ 이사회는 `태풍의 눈`으로 자리잡았다. 이사회가 언제 열릴 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 지 나라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글로벌 회생(출자전환)의 열쇠를 SK㈜ 이사회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이기에 부담을 느껴 쉬쉬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효과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숨기기에 급급한 모습은 국내 굴지의 기업답지 못하다. 오히려 파장이 크고 중요한 문제일수록 투명하게 처리해야 옳다. 더욱이 지금 상황에선 어떤 거짓말도 용납될 수 없다. 오는 15일의 SK㈜ 이사회는 한국 경제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는 자리가 될 것이다. 결정은 오로지 SK㈜ 사내ㆍ외 이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그들의 결정못지 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전 과정이 정직하게 공개되고 전달되기 바란다. 왜곡과 거짓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손철 기자(산업부) runir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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