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가 왔지만 영화 ‘터미네이터’가 예언했던 ‘기계가 인류를 지배하는 시대’는 오지 않았다. 기술이 영화만큼 진화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의 삶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 친화적인 기술’만 살아 남았기 때문이다.
유럽의 미래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어렸을 때 상상했던 각종 기술이 펼쳐진 유토피아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말한다. 인간은 혁명적인 미래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미래’를 원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화상 전화, 종이 없는 사무실, 인공지능 전자제품 등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가 그 증거라고 말한다. 통신 회사들이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들여 화상전화를 광고했지만 사용하는 사람은 얼마 없었고, 모니터 화면으로 문서를 볼 수 있음에도 출력해서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TV가 등장했을 때 라디오의 멸종을 예견했지만 라디오는 아직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경쟁적으로 작아지던 휴대전화는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인간을 외면한 채 자가 발전하는 기술은 선택받지 못했고, 인간을 중심에 둔 기술은 최첨단이 아니어도 인간에게 사랑받는 기술은 살아 남은 것이다.
엠보싱 옷으로 에어백을 대신하려던 사람들, 2000년대에는 만들어질 거라 확신했던 해저도시, 너무 비싸 일반인은 구경도 못하고 사라진 하늘을 나는 스카이 카 등 100여년 전에 미래세계를 상상해 만든 그림 엽서들과 사라져버린 기술이 담긴 다양한 사진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는 지금과 비슷하고 더 인간적일 것이라는 저자의 확신은 발전하는 기술에 불안을 느끼는 이들에게 위로를 준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