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배설 비용

사람은 물질대사의 찌꺼기를 배설하는데서 쾌감을 맛보고 해방감을 느낀다. 분비물인 침을 뱉는 것도 비슷하다. 미국도 100년 전까지는 남성들의 침뱉는 습성이 항다반사였다 한다. 정신이 없어 일의 갈피를 잡지 못함을 비유해 「침뱉고 밑씻겠다」고 말하는 것은 위아래가 통하기 때문이다.파리에서 알리앙스 프랑세즈의 여교사에게 왜 베르사이유 궁전에 화장실이 없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무안을 당한 표정으로 얼른 말머리를 돌렸다. 베르사이유 궁전은 루이14세가 계획해 51년 만에 완공한 호화로운 바로크식 건축물이지만 아직 화장실이 없던 시절이어서 드넓은 정원의 이곳 저곳은 왕공귀족과 귀부인의 은밀한 배설장소로 기능했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인이 국부세척기(비데)를 고안한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 일본인은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체질이라는 평을 듣는다. 청결과 위생을 병적으로 추구해 여행용으로 250그램짜리 휴대식 국부세척기를 만들어낸 것은 일본인이다. 일본이 화장실의 맹점을 개선한 계기는 1965년 도쿄 올림픽 때다. 그때까지 하꼬네나 아다미로 가는 관광버스는 예외 없이 국철의 요코하마 역 앞에 정차했다 한다. 손님들은 차장의 안내에 따라 오른쪽으로 가고 왼쪽으로 돌아 구석쪽에 있는 재래식 공중 화장실을 향해 서로 뒤질세라 뜀박질을 했다. 같은 시기에 한국 경찰관은 소변을 아무데서나 본 경범자의 조서를 꾸밀 때 「수포(水砲)를 방사(放射)한다」고 기록하곤 했다. 일본도 아무데서나 소변을 보는 일을 근절하지 못한 때다. 한국은 88년 서울 올림픽을 치루었으나 이런 문제를 까맣게 잊은 채 10년을 보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서야 다시금 「아름다운 화장실」꾸미기가 부각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가 광교산에 지은 「반딧불이 화장실」은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전망창으로 한눈에 들어오는 저수지 풍경이 시선을 압도한다. 43평 규모의 이 화장실은 평당건축비가 500만원(총 2억 1,800만원)이 들었다. 최악의 화장실 중 하나였던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화장실 12개는 5억원을 투자함으로써 「최소 투자로 최대 효과를 얻은 화장실」로 바뀌었다. 한국도 화장실의 쾌감을 얻기 위해 「생산적 소비 비용」을 지출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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