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요구엔 상도(商道)가 없는가.'경제5단체가 연일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명분아래 상식을 벗어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은 경제5단체가 올해 1ㆍ4분기 규제완화과제로 규제개혁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해 지난달 26일 본회의에서 또 다시 부결된 '유가증권 신고서 효력발생기간 단축'에 관한 건의안에 그대로 농축돼 있다. 사실 이 안은 규개위 심사목록의 단골메뉴.
재계는 유가증권 신고서 효력발생기간(일반공모증자의 경우 10일)을 4일로 단축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규개위는 투자자가 정보를 분석하는 데 따른 시간과 감독 기관의 검토 시간을 감안해 이 안에 반대했다.
규개위 관계자는 "외국에 비해서도 절대 길지 않은 시간"이라며 "경제5단체가 자기들의 편의만을 앞세우다 보니 유사한 심사 안을 반복해 제출한다"고 설명했다.
'외부감사 대상법인의 기준'을 자산 총액 70억원 이상에서 150억원 이상으로 올려 달라는 재계의 주장도 과도하기는 매 한가지다. 지난 2000년 말 현재 외부감사 대상법인은 8,253사로 전체 법인의 3.9%에 불과한 수준. 이 안에 대해 규개위측은 "시행된 지 3년에 불과한 법률이며 우리 경제의 여건상 무리한 요구 사안이다"고 지적했다.
'산업용지의 양도가격 제한 완화'건도 상식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 그럼에도 재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사안이다. 정부 당국자는 "현실적으로 부동산 투기 여부의 판단이 어려움에도 산업 용지의 공장 준공 전 매각 시에 가격 제한을 완화해 달라는 주장은 터무니 없다"고 말했다.
당초 저렴하게 분양 받은 산업 용지를 공장 준공 전에 양도하면서 실거래 가격과 비교, 손익을 판단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밖에도 '국방부 조달 본부의 적격심사 기준 완화','외국인 산업연수생 연수 취업자에 대한 국민연금 제도 개선'등의 안도 업계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이유로 합리성을 결여한 채 규개위에 제출된 규제 완화 과제들로 꼽힌다.
규개위 관계자는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도에 지나친 거듭된 요구는 집단 이기주의에 가깝다"며 시정을 촉구했다.
이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