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계열사의 자산을 실사한 결과 순자산이 40조원이나 감소한 데 대해 일부 기관들이 회계기준의 정당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기업청산을 전제로한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우주력사의 경우, 워크아웃을 통해 회생시킨다는 방침을 세웠으므로 청산가치가 아닌 계속기업가치로 평가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대우부실을 그대로 손실분으로 떠안아야 하는 투신, 증권업계는 실사가 너무 보수적 이었다며 이의 시정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부실의 정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게 실사의 목적이므로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건 당연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각 기관들의 입장과 논란이 일고 있는 실사와 감사의 차이점을 살펴본다.
회계법인= 그동안 대우계열사를 외부감사한 회계법인과 이번에 워크아웃실사를 맡은 회계법인간에 입장차가 크다. (주)대우등 순자산 감소액이 큰 계열사를 그동안 감사해온 산동회계법인 등은 우선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의 차이을 든다.
(주)대우등 계열사의 자산은 당시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졌다며 청산을 전제로 땡처리하듯 값을 매긴 실사와는 상당부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순자산 감소액 40조원이 모두 부실한 감사때문이라는 비난은 억울하다는 입장.
워크아웃실사를 주도적으로 담당한 삼일회계법인은 이에 대해 실사의 기준이 청산을 전제로 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보수적으로 이뤄졌음을 인정했다. 부실의 규모가 얼마인지 파악하는게 우선목적이므로 현자산을 시장에 내다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2차 채무조정에 들어간 고합의 예를 보듯, 대우계열사 실사는 언제든 다시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어 삼일측이 지나치게 몸을 사린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삼일은 그동안 증권, 개발(힐튼호텔)등 2개사를 제외하고는 대우를 감사한 적이 없어 실사기준을 어느정도 강화해도 무방한 상태였다.
대우자동차 주식을 안진회계법인은 액면가로 평가한 반면 삼일회계법인은 순자산가치에 평가한 게 그 예다.
대우와 채권단= 대우계열사와 채권단의 입장은 대우손실률이 높게 나와도 나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대우계열사들은 손실률이 낮을수록 공적자금 투입규모가 커져 회생이 빨라진다는 생각을 깔고있어 청산가치기준을 환영하는 분위기. 이번 실사가 청산과 회생을 가름하는게 아니라 회생을 전제로 공적자금 투입규모를 정하는게 목적이므로 자산가치(손실률)가 낮게(높게) 나와도 수익가치(미래가치)만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을 정도만 돼면 괜찮다는 입장.
채권단에게도 청산해봐야 채권을 제대로 회수할 수 없다면 공적자금을 가급적 많이 투입, 회생시킨후 미래에 회수하는 방안이 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증권사와 투신업계= 대우채권 손실분담금이 늘어날 것을 우려, 현행 청산가치산정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자산가치가 늘어날 계속기업기준으로 대우계열사를 재평가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대우채권을 성업공사에 매각할 경우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
증권, 투신업계는 『워크아웃에 들어가 회생시키기로 결정된 대우계열사들은 당연히 계속기업가치로 계상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부회계법인의 실사가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불만.
금감원= 이번 실사가 지나치게 엄격하게 이루어진 것은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계기준의 차이에 따라 발생한 순자산 감소분은 문제삼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밀실사 결과 과거 회계감사때 분식결산을 적발하지 못해 부실이 누적된 부분이 드러나면 담당회계법인을 문책하지 않을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일부전문가들은 자산감소분 40조원을 회계기준 차이로 인해 발생한 부분과 부실감사로 인해 발생한 부분으로 분리하는 것이 가능한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부실회계는 회계기준이 뒤떨어진데다 기업들이 편법, 불법회계처리를 일삼고 부실감사가 이를 적발하지 못해 발생한다』며 『감사기관만 뒤늦게 문책하기보다 정부가 총체적 회계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장규기자JK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