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금융규제 지지 여론'에 흔들

맥코넬 대표 타협가능성 발언 이어 그래즐리 의원은 소위서 찬성표

금융규제에 대한 미국민의 열렬한 지지가 '월가의 오랜 친구'인 공화당조차 흔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치 맥코넬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이 금융규제와 관련해 타협 가능성을 강조하는 발언을 부쩍 자주 내놓고 있다고 23일 보도했다. 맥코넬 대표는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인신공격과 상대방의 숨겨진 동기 탐색을 멈추고 금융개혁안의 문제점을 고쳐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이튿날에도 "진솔하게 초당적인 논의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맥코넬 대표는 금융업계로부터 두둑한 정치기부금을 받기로 손꼽히는 의원이라 이 같은 변신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아이오와 주의 찰스 그래즐리 의원은 좀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는 21일 미 상원 농업위원회에서 표결에 부쳐진 금융파생상품 규제법안에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민주당을 기쁘게 했다. 그래즐리 의원은 지난달 미 의회를 통과한 민주당 주도의 건강보험 개혁법안에 끝까지 반대했던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맥코넬 대표 등이 금융규제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지지도 탓에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수적인 성향을 띤 미국 기업연구소(AIE)의 노엄 온스타인 연구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월가를 돕고 싶어하면 자신들의 지지도에도 악영향을 미칠 거란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정부가 '금융개혁'을 아예 '월스트리트 개혁(Wall Street reform)'이라는 단어로 바꿔 표현하는 전략도 주효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의 고액 연봉과 보너스에 대한 미국민들의 반감을 고려하면 아무리 공화당원이라도 단호히 '규제 반대'를 외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융개혁 관련 논의가 공화당ㆍ민주당 사이의 의견 대립이 치열했던 건강보험 개혁 논의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월가의 친구'들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융개혁안의 주요 타깃인 파생 금융상품업계는 잔뜩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최근 국제스와프파생금융협회(ISDA)의 에라즈 시바니 회장은 "ISDA와 파생상품 관련업계는 최근 의회의 금융규제 움직임을 지지한다"며 "금융시장의 구조적 위험을 줄이고 안정을 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미리 맞장구를 쳤다. 미 상원은 내주 초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의 포괄적 금융개혁법안과 상원 농업위원회가 통과시킨 파생상품 규제법안을 합쳐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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