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IMF의 전망 사이

IMF는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에서 한국은 외환위기를 일단 벗어나 금융시장이 상당히 회복되어가고 외환보유액이 확충된데다 증시도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기 후퇴가 둔화되고 완만한 회복세로 돌아서 올해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에 앞서 발표된 각 전망도 들쭉 날쭐이었다. 특징적인 것은 국내 연구기관들의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인데 비해 외국 기관의 전망은 비관적이라는 점이다. 경기하락이 둔화되고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점은 공통적이나 회복속도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전망을 믿어야 할지, IMF를 비롯한 외국기관의 전망을 믿어야할지 헷갈린다. 전망은 전망일 뿐이다. 전망이나 예측은 틀리게 마련이다. 경험으로 미루어봐도 전망이 그대로 맞아떨어진 적이 별로 없다. 전망의 기초가 된 여건과 변수가 가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망의 좋고 밝음에 따라 지레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다만 비관적인 전망을 선택하고 그에 대비하는 자세가 옳다. 좋은 경우는 기대가 커서 실망도 크지만 나쁜 전망에 대비하면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정부보다 어둡게 내다본 IMF의 전망에 귀를 기울이고 정책과 전략을 준비하는 편이 낫다. 내년 우리 경제는 국내외에 도사리고 있는 변수에 얼마나 적절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년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보호무역주의 증대,미국 증시의 동향등이 꼽히고 있다. 경제여건의 변수로는 유러화의 출범,국제금융체제의 개편,단기자본의 이동규제,전자상거래의 확산,밀레니엄버그 해결문제, 환경과 부패라운드 등을 들 수 있다. 이것들은 회복기의 우리경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내년 경제를 가름할 더 큰 변수는 우리 내부에 잠재해 있다. 개혁의 실천이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금융구조조정을 스케줄대로 실천해서 금융시스템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 빅딜을 비롯한 기업 구조조정도 시간을 끌 수 없는 급박한 일이다.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내각제 개헌논의도 경제에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이로인해 벌어질 정치적 불안이 경제를 치명적인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의 증가도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내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이같은 장애와 변수에 대응하는 자세와 준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나쁜 전망은 충고어린 경고로, 밝은 전망은 희망을 담은 다짐으로 받아들이고 치열하게 대처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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