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가 파업을 벌인 20일 전국 25만여대의 택시 중 84%를 넘는 3만4,858대가 세(勢)를 과시하며 운행 중단에 참여하면서 출근길 시민이 큰 불편을 겪었다. 운행 중단율을 50~60% 수준으로 내다보고 비상대책을 마련한 국토해양부의 '안일행정'에 비판이 쏟아졌다.
지역별로는 이날 오후2시 현재 부산 지역의 운행률이 67.8%로 그나마 가장 높았다. 서울·경기·인천은 각각 11.0%, 1.9%, 1.0%에 머물렀으며 대구·대전·울산(0%)처럼 택시 운행이 전면 중단된 곳도 있었다.
당초 국토부는 50~60%가량의 택시가 파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22만여대의 택시가 멈춰서면서 정부 예측을 훨씬 뛰어넘는 대규모 운행 중단이 일어났다.
거리에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개인 택시만 간혹 눈에 띄었다. 앞서 국토부는 시도별로 버스와 지하철을 30분~1시간씩 연장 운행하고 운행 횟수를 늘리는 비상대책을 마련했지만 파업 규모가 예측을 크게 웃돌면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택시업계는 최소 20만대의 택시가 운행을 멈출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가 업계 추정을 과도한 주장으로 치부하면서 교통 불편을 부추긴 셈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유통업체에서 근무하는 문창준(29)씨는 "오전8시쯤 5호선 답십리역에서 지하철을 탔다"며 "출근 시간대이기는 하지만 평소보다 사람들이 훨씬 북적이면서 오랜만에 끔찍한 '지옥철'을 경험했다"고 털어놓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예상보다 택시업계의 참여율이 높기는 했지만 연장·증차 등의 비상대책으로 교통 불편을 최소화했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서울처럼 촘촘한 지하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다른 도시 시민의 불편은 더욱 심했다. 운행률이 0%를 기록한 대구에서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김화정(28)씨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거리에 택시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며 "설마설마하며 10분 이상 기다리다 결국 차 키를 가지러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고 푸념했다.
반면 자가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한산한 출근길 아침을 맞았다. 회사원 정모(30)씨는 "마포에서 과천까지 1시간은 족히 걸리는데 이날은 40분도 채 안 돼 도착했다"고 전했다.
택시업계 노사는 ▦LPG 가격 안정화 대책 마련 ▦택시를 대중교통 범주에 편입시키는 법제화 ▦요금 현실화 ▦감차 보상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승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정책국장은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오는 10월과 대선 하루 직전인 12월18일 대규모 시위를 다시 한번 벌이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