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시장이 돈의 경쟁으로 얼룩지고 있어요.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사들은 온ㆍ오프라인 서점에 노출될 기회가 거의 없고, 신문에서도 출판인의 95%를 차지하는 소형출판사 책들을 전체 지면의 3% 수준만 다루는 실정입니다."
한국중소출판협회(이하 중출협ㆍ가칭) 준비위원장인 강창용(55ㆍ사진) 느낌이있는책 대표는 13일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출판계 현 상황을 비판했다. 이대로 가면 대형 서점과 출판사, 유통사 중심으로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될 것이 뻔하다는 얘기다. 그는 "정부나 기관은 중소출판사들의 어려움을 모르고 있고, 기존 출판단체들은 대형 출판사 중심으로만 가고 있다"며 "중출협 출범이 전체 틀을 바뀔 수는 없겠지만 시장에 작게나마 시장에 경각심을 주는 한편 정책에 우리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출협은 지난 4일 50명의 중소출판인들이 모여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중소출판인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최초의 협회를 창립한다는 목표다. 준비위원회 위원장은 강 대표가, 부위원장은 박은서(다연출판사)ㆍ이성범(도서출판 타래)ㆍ이진곤(씨앤톡)ㆍ임종관(미래북)ㆍ조완욱(함께북스)ㆍ최영태(작은키나무) 대표 등 6명이 맡았다. 이 외에 서울과 파주지역 1인출판협동조합 회원 120여명과 전자책 1인협동조합 60여명도 연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중출협은 17일 전체회의를 거쳐, 8월20일 창립총회를 열 계획이다.
강 위원장은 중소출판사들이 아무리 우수한 기획력을 갖고 좋은 책을 만들어도 독자에게 소개될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상태라고 주장한다. "중소출판사들은 대형 서점에서 특별기획 판매대를 차지할 수도, 온라인 서점에서 각종 광고를 통해 노출될 기회도 없습니다. 그만큼 자금력과 마케팅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출판 시장의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서점이 부도가 나도 서점 입장에서 갑(甲)인 대형출판사들은 손해날 것이 거의 없지만, 을(乙) 중의 을인 중소출판사들은 어음 부도에 잔고를 떼이고 책도 회수하지 못해 삼중고, 사중고를 겪는 실정입니다."
중출협은 기존 출판단체에서 소홀히 했던 정보 공유에 힘쓰는 한편 기업이나 기관 등과의 협력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협회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관이 남아 있다. 협회 운영자금이나 회원 확대는 물론 저마다 다른 이해관계를 하나의 방향으로 결집시키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
강 대표는 "운영자금 내역과 사업 진척 내용 등을 100% 투명하게 회원사들과 공유함으로써 회원들의 신뢰를 쌓아감으로써 중소출판인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단체로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