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의 로드맵이 정식으로 채택됐다. 반면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APEC 전 마지막 협상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연내 타결이 힘들게 됐다.
9일 신화통신은 지난 7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린 APEC 장관급 회의에서 'FTAAP 프로세스에 시동을 걸어 이를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은 로드맵 채택과 관련, "이번 APEC 회의를 통해 FTAAP가 개념 단계이던 '부화기'에서 로드맵을 마련하는 단계로 발전했다"며 "아시아경제통합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로드맵'으로 이름 붙여진 이번 합의에는 FTAAP 실현에 관한 공동 '전략연구'를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내에 시작해 2016년까지 결과물을 도출하도록 했다. 또 전략적 연구 시작과 함께 FTAAP에 대한 점진적인 접근, 자유무역지대에 관한 정보교류 시스템 건립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로드맵은 10~11일 APEC 정상회의 안건으로 올려진다. 다만 코뮈니케(정상선언문)에 들어갈지, 부석문서에 들어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베이징 로드맵' 합의는 중국 입장에서는 절반의 성공이다. 당초 중국은 FTAAP 협상의 실질적인 개시를 알리는 '타당성(예비)조사'와 오는 2025년 협상완료의 목표시한을 정상회의 코뮈니케 안에 담으려고 했지만 미국과 일본의 반대로 '전략연구'선에 절충점을 찾았다. 또 구체적인 FTAAP의 단계적 조치에 대해서도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미일이 주도하고 있는 다자간 협의체인 APEC에서 중국이 개최국 프리미엄을 바탕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일정 부분 반영시켰다는 점에서는 중국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다.
이에 반해 당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에서 마무리를 짓고자 했던 TPP는 연내 타결이 물 건너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은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생담당상이 TPP 참가 12개국 각료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TPP 교섭에) 큰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원칙 합의 시기에 대해서는 "연내에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TPP 참가국 중 미국과 일본은 농산물시장 개방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또 이머징 국가들과 미일 등 선진국 사이에 지적 재산권 보호와 국유기업 개혁 문제 등을 놓고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의 경제 패권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제외한 경제블록인 조속한 TPP 협정 타결을 추진해왔지만 결국 예정보다 늦어지게 됐다.
다만 미국의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 정부의 촉박한 정치 일정을 고려해 협상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고 아마리 경제재생담당상은 덧붙였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