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4년 전 호주로 이민 간 박현순씨

아들·딸 손잡고 모국 자부심 느끼러 왔어요
인천아시안게임 봉사 위해 입국
정욱·정아씨는 영어 진행 맡아

세 식구 모두 인천아시안게임 자원봉사자로 나서는 박현순(왼쪽부터, 아들 정욱, 딸 정아씨.
/사진제공=박현순씨

19일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 성공을 위해 뛰는 1만7,000여명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교포·이민자들도 적지 않다. 14년 전 호주로 이민을 떠난 박현순(51)씨도 모국에서 치러지는 아시아 최대 스포츠 축제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는 데 뜻을 모은 아들딸 손을 잡고 함께 입국했다.

박씨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바쁘고 녹록하지 않은 이민 생활이지만 모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 시간을 쪼개 참여하게 됐다"며 "아시아의 화합과 단결을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할 대회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필드하키 경기가 열리는 인천 선학경기장에서 자원봉사하기로 했다. 그의 아들 정욱(26), 딸 정아(23)씨는 장내 영어 아나운서를 맡는다.

필드하키 종목의 자원봉사를 선택한 것은 과거 하키선수였던 그의 경력 때문. 1980년대 서울 관악여상과 경희대 하키선수로 활약했다.

2000년 호주 퍼스에서 열린 국제 마스터대회에서는 선수상을 수상했으며 이를 계기로 호주에 '재능 이민'을 신청했다. 각종 국제대회를 다니며 영어 필요성을 절감한 그는 자녀들의 영어교육을 위해 과감히 호주이민을 선택했다. 물론 홀로 아이들을 이끌고 간 이민 생활은 쉽지 않았다.

"여러 국제 대회에서 선수·심판 등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한국에서 기초를 확실하게 다진 덕분에 머나먼 이국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어요. 이민 초기에는 시드니사립학교 하키코치 등을 맡고 이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시드니 남자 프리미엄리그 심판도 봤지요. 당시 작은 체구의 동양여자에게는 쉽게 오지 않는 기회였어요"

그는 아시안게임 동안 의료지원 봉사에도 나서기로 했다. 시드니 교육기관에서 익힌 한방요법을 봉사 기간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선수 시절 몸을 혹사시킨 탓에 말 그대로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었던 그는 호주 땅에서 양의학 대신 한의학에 눈을 떴다. 자신의 몸을 치유하기 위해 아들의 학업진로를 일찍부터 한의학으로 정해놓고 뒤이어 자신도 입문했다. 현재 그는 시드니에서 한방치료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방시술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의료지원 봉사 등을 하면서 한국에서 한 달간 의미 있게 보내고 싶다"며 "선수가 아닌 도우미로 참가하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큰 대회인 만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키가 사람들이 찾지 않는 비인기 스포츠이지만 내 인생에 많은 기회를 주고 보상해줬던 종목이었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더 많이 사랑 받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