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의 남성학] 꽃값과 외도

‘떠나시던 그 날에 꺾어주신 연꽃 송이가 처음에는 빨갛더니, 얼마 가지 않아 시들어 떨어지는 것이 사람의 마음과 같아라.’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던 고려 충선왕은 귀국 길에 그 동안 사랑했던 여인에게 연꽃 한 송이를 꺾어주며 변심하지 말기를 기약했다. 하지만 국경을 넘기도 전에 도착한 여인의 편지는 바로 변심을 노래하고 있었다. 이처럼 꽃을 꺾어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사랑의 고백이었다. 그래서 구애(求愛)한다는 말보다 투화(投花)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이는 앵두나무 가지에 엽전을 매달아 사랑하는 여인의 신발에 던져 넣었던 것에서 기인한다. 사랑하는 여인의 창 밖에서 세레나데를 부르는 서양의 구애법과는 격이 다른 우리 문화였던 것이다. 그런 연유로 꽃값이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남성들이 외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 번째는 원초적인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후손을 많이 남겨야 한다는 종족번식 욕구이다. 태초부터 남성의 기본적인 생산활동은 바로 종족의 번식이었다. 이러한 욕구가 자기 과시욕(정복욕)과 어우러져 뭇 여성들을 대상으로 삼는 다고 하겠다. 다음으로는 성적 문제인데 조루나 왜소 콤플렉스 등 성적 장애를 겪고 있는 남성들은 아무래도 아내에게 주눅이 들게 마련이다.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아내 앞에서는 더욱 초라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익명성이 보장되는 외도를 즐기는 것이다. 또 외도는 들킬 염려에 대한 불안감이 카타르시스의 상승효과를 일으켜 아내와의 관계 때보다 흥분을 가중시킨다. 그래서 쾌감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외도는 부부관계를 악화시키는 절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성으로만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한 순간의 쾌감보다 중요한 것은 아내의 사랑과 배려이다. 따라서 튼튼한 가정을 지키는 길은 아내에게 충실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루나 왜소 콤플렉스, 발기력 저하와 같은 성적 장애물을 제거하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아내에게 당당할 때, 원만한 가정과 사회활동이 뒤따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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