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국회 담장 허물자

“경계를 허물면 관계가 바뀝니다” “회색을 허물면 초록이 보입니다” “권위를 허물면 문화가 보입니다”. ‘경계와 회색과 권위를 넘어’ 국회의 담장을 허물자는 캠페인의 함축적인 의미가 담긴 참 멋진 말이다. ‘국회의 담장 허물기’ 캠페인은 시민사회단체와 이에 동의하는 몇몇 국회의원들의 움직임으로 시작되고 있다. 국회의 담장을 허물자는 제안이 나온 것은 민생을 살피고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국정을 펼쳐야 하는 국회의 문턱이 국민들에게 너무나 높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국회 정문에서부터 각 건물에 이르는 신분확인 요구와 출입구에 배치된 경찰병력은 폐쇄적이고 관료적이며 위압적이라는 주장이다. 국회 담장을 허물자는 운동은 단순히 물리적 담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국회를 국민들과 소통, 상생하는 생태적ㆍ문화적ㆍ친시민적 공간으로 확장하자는 의미이다. 더불어 국회와 국민간의 정서적 공감대를 이룸으로써 ‘정치문화’와 ‘정치의식’을 변화시키자는 의미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 담장을 허물고 열린 국회를 만들고자 하는 이상과 국회가 처해 있는 현실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는데 사실 오늘도 국회는 정문조차 활짝 열어놓지 못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의원들도 권위적이고 비합리적인 국회 공간구성이나 운영 시스템으로부터 피해를 받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정문을 차 한대만 지나가게 열어놓고 있어서 어떤 경우에는 신호등이 3번 바뀔 때까지 기다리는 때도 있다. 국회 담장을 허물어 열린 국회가 되고 상생과 소통의 국회가 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국회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이기에 앞서 의원들이 일하는 업무 공간이다. 허물어야 될 권위와 지켜야 될 권위는 반드시 구분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의원들과 직원들이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존중되면서 여기에 국민들의 참여와 소통이 가능한 상생의 공간이 동시에 추구되어야 한다. 아울러 물리적인 공간만이 아니라 의사 결정을 위한 토론 문화와 시민들의 성숙한 정치참여 문화의식이 동반돼야 진정한 ‘국회의 담장 허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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