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일본 거주자이기에 한국에서 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다며 3,000억여원의 세금 납부를 거부해온 권혁(63) 시도그룹 회장이 세무당국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권 회장은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내야 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문준필 부장판사)는 14일 권 회장이 반포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조선소ㆍ윤활유 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어드레스커미션(중개 수수료)에 관한 과세처분은 취소하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세무당국은 권 회장이 홍콩과 케이맨제도ㆍ파나마 등 조세피난처에 각각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1조원에 가까운 소득을 은닉,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보고 3,000억원대 세금을 추징했다.
권 회장은 자신은 일본 거주자이기에 한국 소득세법상 납세 의무자가 아니라며 세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과세기간(2006~2010년)에 권 회장이 국내에서 시도그룹 전체 업무를 통제하고 사업상 중요한 결정을 내린 점과 2004년 4월 이후부터 일본에서 가족과 생계를 하지 않고 국내에서 생활한 점 등을 볼 때 권 회장의 국내 거주자성이 인정되고 한국의 과세권이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세피난처에 설립한 시도홀딩ㆍ시도탱커홀딩 등은 고정된 사업장이 없는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므로 이들 회사의 역외유보소득을 내국인 주주에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 과세한 것은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조선소 등으로부터 받은 중개수수료의 경우 선박이 건조되기 전까지 대여한 자금으로 볼 수도 있기에 원고의 소득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988억여원의 소득세 부과처분은 취소할 것"을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