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뮤다등 조세회피지역 국내기업 투자 크게늘어

작년 법인설립등 31건으로 2배 증가
경쟁력 높이려면 아예 본사 이전 우려


#1 국내 대기업 H사는 지난해 10월 타이어 보강재 생산 목적으로 해외법인을 설립했다. 투자 장소는 소득ㆍ법인세가 전무하고 규제가 거의 없어 국제적으로 조세회피지역(tax haven)으로 널리 알려진 룩셈부르크였다. #2 중견 건설업체 S사도 지난해 11월 조세회피지역 중 한곳인 영국령 버진제도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이곳에서 멀리 떨어진 중동 두바이의 주상복합아파트 건립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최근 들어 조세회피지역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ㆍ개인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조세회피지역 투자의 경우 현재는 상당수가 페이퍼컴퍼니 설립 수준이지만 규제와 세금을 피해 더 좋은 투자환경을 찾아나가는 속도를 고려할 때 본사와 사업 전체가 넘어가는 ‘기업 자리바꿈(corperate inversion)’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29일 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 등에 따르면 지난 한해 동안 룩셈부르크, 버뮤다, 영국령 버진제도, 케이맨제도, 마셜제도 등 국제적으로 유명한 5곳의 조세회피지역 투자건수가 총 31건으로 지난 2005년(14건)보다 2.2배 늘어났다. 정부에 따르면 이미 조세회피지역 투자는 2000년대 들어 단계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며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2000~2006년 총 88건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이는 지난 16년간(조세회피지역 첫 투자인 83년부터 99년)의 투자 건수(44건)를 능가하는 규모다. 투자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조세회피지역이 말 그대로 세금과 규제가 거의 없어 자유로운 기업활동이 보장된다는 이점 때문이다. 실제 버뮤다ㆍ케이맨제도 등 5곳은 소득세ㆍ법인세 등 조세부담이 거의 없고 회사 설립절차도 간단하며 외화송금 또한 자유로운 것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런 이점 때문에 론스타 등 헤지펀드와 외국 기업들은 자국의 감시망도 피하고 수익도 극대화하기 위해 90년대부터 이들 지역을 이용한 해외 투자가 보편화돼 있다. 정영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조세피난처를 선호하는 국내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여러 면에서 우려할 문제”라며 “이중 가장 큰 문제는 우리 기업들이 미국의 경우처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기업 본사를 아예 그쪽으로 옮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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