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 심할땐 새콤하게 드세요"

신맛나는 음식 간장기능 강화로 "온몸 활력"
냉이 지방간 예방, 조기는 기운 보조에 제격
식사조절과 함께 규칙적 운동·수면이 중요

냉이무침·달래무침·두릅무침·미나리무림(시계방향으로)

춘곤증은 봄이라는 계절변화에 신체리듬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이상 증상이다. 춘곤증의 곤(困)은 회의문자인데 나무가 울타리로 둘러싸여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피곤ㆍ지침ㆍ괴로움 등을 함축하고 있다. 광동한방병원 김동웅 병원장은 “한방에서 춘곤증의 원인은 소생ㆍ활력과 충동의 계절인 봄을 맞이하고도 간장 기능이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간장기능 강화에 효과적인 신맛 나는 음식을 충분히 섭취함으로써 떨어진 인체기능을 보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옛날 우리 선조들은 봄철이면 화면 초란 탕평채 같은 음식을 즐겼다”면서 “이런 음식은 대부분 새콤한 음식이라는 점에 주목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면은 오미자를 빨갛게 우려낸 물에 녹두국수를 만 음식. 초란은 반숙한 달걀에 초장을 친 것이고, 탕평채란 돼지고기와 미나리를 무쳐 초장에 버무린 것이다. 얼굴이 새까맣게 타면서 몸이 야위고 소화가 안되면서 피로에 젖어 꼼짝 못하는 증상이 있다면 이런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는 것이 김 원장의 설명이다. 새콤한 음식일수록 봄을 타는 춘곤증을 예방하고, 이상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선조들은 오랜 경험과 삶을 통해 터득한 것이다. 양질의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은 승검초 움파 냉이 쑥 두릅 씀바귀 등 봄철 채소와 콩 두부 현미밥 미역 파래 김 등 해조류, 생선에 골고루 들어 있다. 승검초의 약재 명은 당귀. 장아찌처럼 절여 먹으면 잃었던 입맛이 돌아온다. 비타민 B12가 풍부해 빈혈의 치료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피로와 무기력이 풀리고 얼굴에 핏기가 돌며 손발이 따뜻해지면서 순환이 잘돼 특히 여성의 건강에는 이만한 게 없을 정도로 좋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움파는 '총아'라고도 하는데 노르스름하고 단맛 나는 파로 1~2월 음속에서 키운 대파의 싹이다. 이 싹은 신진대사 촉진작용을 돕는다. 겨울동안 쌓였던 피로와 독소를 제거해 주고 인체기능을 충동 시켜 활력을 준다. 냉이는 간 기능을 강화시키므로 봄을 타는 증상을 예방한다. 콜린 성분이 간장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 지방간의 예방과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눈을 밝게 해준다. 그리고 냉이 된장국도 좋고 냉이를 다듬어 말린 후 피로할 때마다 차처럼 끓여 마셔도 좋다. 쑥은 식욕을 증진시키고 소화를 촉진하면서 겨우내 얼어붙었던 신진대사를 따뜻하게 녹여준다. 수족 냉증이나 대하증에 좋고 체력을 키워준다. 조기는 이름 그대로 기운을 보조하는 생선인데 인체기능을 활성화하는 에너지 보강효과가 크다. 구이를 해서 찬물에 밥을 말아 함께 먹고 나면 기운이 난다. 비뇨기 결석증을 치료할 만큼 체내에 축적된 묵은 불순물을 체외로 잘 배설 시킨다. 진달래꽃으로 담근 두견주나 복숭아꽃을 넣어 빚은 도화주, 소나무 새순을 따 넣고 빚은 송순주, 행당과 맥락도 일품이다. 이규보의 시에 ‘행당, 맥락’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고려시대 이전부터 봄철 음식으로 즐겨온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식사조절과 더불어 변화되는 생활리듬을 규칙적인 운동과 수면으로 대처하는 것도 각별히 신경 쓸 일이다.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시간 계획을 넉넉하게 잡고 산책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며 무리한 운동은 하지 않도록 한다. 김 원장은 “춘곤증은 병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에 순응하려는 인체의 조절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생리현상”이라면서 “그러나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