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기도에서 이뤄지는 연정(聯政)이라는 새로운 시도는 당파 간 이해득실을 떠나 경기도에는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지방자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제안한 연정이 전국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강득구(사진) 경기도의회 의장이 이슈의 중심에 섰다.
강 의장은 도의회를 이끌고 있지만, 남 지사(새누리당)와는 당 소속이 다르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도의원들은 남 지사의 연정 제안 핵심인 사회통합부지사 수용 여부를 놓고 여전히 찬반논란이 팽팽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강 의장이 정치력을 발휘해 어떻게 조율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강 의장은 "연정은 현재 진행 중이고 각각의 과제에 대해 당내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사회통합부지사 자리를 계속 공석으로 남겨둘 수가 없어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수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회통합부지사는 경기도 조직 가운데 여성가족국, 보건복지국, 환경국을 맡게 되며 이에 대한 예산 인사권도 함께 갖게 돼 사실상 여야가 '동거정치'를 하게 되는 국내에선 보기 드문 혁명적인 실험이다.
그는 의장이라는 직분을 떠나 새정치민주연합 다선의원으로 이견 조율을 해 달라는 다른 의원들의 의견들이 많아 이를 받아들여 초·재선의원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나지 못하는 의원들에게는 전화 통화로라도 의견을 듣고 있다.
강 의장은 사회통합부지사 추천 수용 여부를 투표로 결정하자는 일부 의견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그는 "결론이 어떻게 날지 모르겠지만, 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 의장은 이미 연정흐름은 막을 수 없는 하나의 대세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남 지사의 사회통합 부지사 추천 제의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역 제안해 추진된 연정 정책협의가 결실을 보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8월 연정을 위한 생활임금조례 등 야당이 주로 제기해 온 20개 과제 처리에 여야가 합의했고, 지난 9월 자치단체 최초로 도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가 이뤄졌다.
하지만 강 의장은 연정이 어느 개인의 정치적인 야망의 수단으로 삼아서는 절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연정은 단순한 자리 나눠 갖기도 아니고, 정치공학적인 협력도 아닌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여기에서 말하는 진정성은 오로지 1,260만 도민의 민생을 위한다는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장은 또 남 지사가 설명하고 있는 '독일식 연정'은 경기도 연정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그는 "독일의 연정은 다당제 체제에서 제1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해 정당 간 연합을 통해 구성된 내각을 뜻하지만, 경기도 연정은 군소정당이 없는 철저한 양당제 체제로 연정의 법적, 제도적 뒷받침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정이 시도된 적도 없고, 경기도에서 최초로 자치단체 차원에서 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번 연정시도는 당파적인 이해득실을 떠나 지방자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고,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정하게 되면 도의회가 도 행정을 제대로 비판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연정을 한다는 이유로 도의회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회 본연의 역할은 어떤 경우에도 집행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강 의장은 최근 전국적으로 쟁점이 되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문제와 관련 "경기도교육감이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하면 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예산을 편성토록 강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시와 경기도 등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내년 예산에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도의회 차원에서도 적극 지지하고, 중앙정부 압박에 동조하겠다는 것이다.
강 의장은 "현재의 지방자치는 재정권과 인사권이 중앙이 치우친 '2할 자치'에 불과하다"며 "전국 광역단체장과 시·도 의장들과 함께 지방자치·지방분권 강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