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추돌사고가 발생한 인천 영종대교는 사고 당시 습한 대기와 복사냉각으로 짙은 안개에 휩싸였던 것으로 보인다. 2~4월은 일교차가 특히 심하고 강설로 내륙에서도 습도가 높아질 수 있어 짙은 안개에 따른 사고를 조심해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1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영종대교와 가장 가까이 있는 항공기상청에서 관측한 인천국제공항의 공식 가시거리는 약 600m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가시거리가 10~20m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짙게 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 사고가 일어난 영종대교 위는 가시거리가 15m 안팎으로 바로 앞에 가는 차량도 잘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는 게 사고를 당한 현장 운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처럼 짙은 안개가 발생한 것은 지난 9일 수도권에 눈이 내린 뒤 10일부터 기온이 상승해 수증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수증기가 증가하면 복사안개가 쉽게 발생한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인천 영종대교는 4~6월에 해무가 많이 생기는데 이날은 해무가 아닌 복사현상에 따른 안개로 보인다"며 "2~4월은 일교차가 심하고 강설로 내륙지역에도 습도가 높아져 안개가 쉽게 발생할 수 있어 운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변에 호수·강 등과 같이 수증기를 공급해줄 수 있는 요건을 갖추면 다른 지역보다 복사안개가 더 쉽게 생기는데 영종대교의 경우 인접한 바다에서 수증기가 대거 공급됐다. 평소에도 이 일대에는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 특성상 종종 해무가 짙게 낀다.
앞서 2006년에도 서해대교 북단에서 복사냉각 현상에 따른 짙은 안개로 29중 연쇄 추돌사고가 일어나 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안개는 기상현상이기는 하지만 지형적인 영향을 많이 받아 국지적으로 발생한다. 게다가 관측망이 없어 운전자 등에게 정확한 안개 정보를 제공하기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안개 낀 날은 운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