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전화(기업용 전화) 번호이동에 빗장이 풀리면서 유선전화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1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 가입자가 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다.
1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월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은 8만3,987명으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8년 말부터 시작된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은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다가 2009년 9월 17만6,755명으로 정점을 찍고, 2011년 말까지 매달 10만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는 8만 명을 밑돌았다.
통신사별로 번호이동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 1월 LG유플러스로 인터넷전화를 번호이동한 가입자는 3만7,615명으로 지난 2010년12월 4만551명 이후 2년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해 12월 2만7,126명에 비해서는 1만명(38%) 가량 늘어난 것으로 KT나 SK브로드밴드보다 2~3배 많았다.
업계에서는 올해 구내통신 번호이동에 빗장이 풀려 유선전화 번호이동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통위가 제도개선을 통해 구내통신 번호이동에 필요한 절차와 시간을 대폭 간소화했기 때문이다. 업계 마케팅 담당자는 "기존에도 구내통신이 자유화돼 있었지만, 건물주가 모든 사용자의 동의를 받아오라거나 특정 번호를 달라는 요구 등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며 "규정개정으로 1년 넘게 걸리던 번호이동이 한두 달이면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구내통신 시장규모는 2006년 2,149억원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4,000억원을 넘어서고, 가입자 수도 같은 기간 20만4,426명에서 30만명 안팎으로 10만명 가량 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구내통신 번호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빌딩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건물주가 기존 통신사와 장기계약을 맺고 있어 일이 더디게 진행된다"며 "계열사나 관계사 등 이른바 캡티브(전속계약) 물량부터 단계적으로 번호이동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캡티브 물량이 많은 LG유플러스의 실적증가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가격경쟁으로 유선전화의 수익성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어 이통사들의 고민이 깊다. 이통사들은 값싼 인터넷전화 가입자만 늘면서 2011년 이후 유선전화 사업은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가입자도 늘리고 수익성도 높이기 위해 구내통신 서비스에 맞춤형 서비스와 다양한 특화 서비스를 묶은 결합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KT는 통신과 에너지 기술을 연결한 스마트 에너지 분야에 도전장을 냈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유ㆍ무선 통신인프라와 클라우드 등 융합기술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빌딩 서비스를 선보였다.
업계 담당자는 "구내통신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선 가격경쟁이 불가피하고 수익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다양한 서비스를 묶은 결합상품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향으로 계속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