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주가가 단기간에 큰폭으로 주저 앉으면서 하락장에 베팅하는 '베어마켓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한달 간 베어마켓 펀드의 수익률은 22.16%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18.41%)보다 무려 40%포인트 높은 성적을 거뒀다. 8월 초 코스피 2,000선이 순식간에 붕괴된 뒤 1,700선까지 무너지는 2차 급락장이 펼쳐지면서 이들 베어마켓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최근 6개월, 연초 이후 수익률에서도 베어마켓펀드는 각각 12.31%, 18.66%를 기록해 같은 기간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11.21%, -14.11%)과 대조를 보였다. 개별 펀드별 최근 한달 수익률을 살펴보면, ‘미래에셋맵스TIGER인버스상장지수(주식-파생)’ 등 상장지수 펀드(ETF) 3종이 22%대의 수익률을 거둔 것을 비롯해, ‘한국투자엄브렐러리버스인덱스 전환 1(주식-파생)(A)’(22.84%), ‘우리마이베어마켓1(주식-파생)A’(22.82%) 등도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ETF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인 ‘한국투자엄브렐러리버스인덱스 전환 1(주식-파생)(A)’는 주가지수선물의 기초지수 수익률을 -100%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로, 선물의 매도포지션을 위한 증거금(15%)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현금자산으로 운용하면서 추가수익을 확보했다. 한국운용 측은 “이 펀드는 (목표달성 정도나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 간 전환이 가능한 엄브렐러펀드였기 때문에 지수 추적오차를 최소화하면서 시장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처럼 베어마켓펀드가 하락장에서 진가를 발휘하면서, 5월 309억원, 6월 280억원, 7월 91억원이 순유출됐던 이 펀드에는 8월 들어 807억원이 몰렸다. 그러나 베어마켓펀드는 '포지션 분산 차원'에서 이뤄져야지, 집중투자에 나섰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라는 지적이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글로벌리서치팀장은 "베어마켓펀드는 주로 전문가나 여러 자산분배 구조를 가진 투자자가 '올라갈 때 먹는 구조 상품'과 별개로 가입한다"며 "일시적인 하락장에 대비해 수익률 상쇄를 목적으로 가입하는 성격이 큰 만큼 ‘올인’투자를 했다가는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단기간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베어마켓펀드의 특성상 이들 펀드의 장기 수익률은 2년 -12.09%, 3년 -32.73%, 5년 -38.16% 등으로 저조했다. 개별 펀드별로 살펴봐도 설정 후 수익률이 -60%를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다. ▦용어설명 베어마켓펀드 : ‘약세장’, ‘하락장’을 뜻하는 베어마켓(bear market)에 투자하는 펀드로, 주가지수선물을 매도하거나 풋옵션을 매수하는 방식을 사용해 지수가 하락했을 때 수익을 내는 구조로 설계됐다. 주가와 반대로 수익률이 나기 때문에 '리버스펀드', '청개구리펀드'로도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