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물량이 달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은 판매량 확대에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고 있지는 않습니다."
최근 해외 출장 중에 만났던 국내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가 판매 확대 전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한 답변이다. 최근 수년간 현지에서 해당 회사의 차가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늘리며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불구, 공격적인 마케팅은 자제하며 시장 공략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감지되는 이 같은 분위기는 통계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자동차업계의 전체 수출량은 23만8,82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4% 감소했다. 전달인 6월과 비교해봐도 20.5%나 줄어들었다. 특히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량은 올 들어 6월까지 매달 단 한 번도 지난해 월별 수출량을 넘어서지 못했다. EU 지역의 수요 감소와 더불어 국내 완성차의 생산이 줄면서 공급 물량이 충분하지 못했던 점도 수출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지경부의 설명이다.
하반기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현대자동차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상반기 170만대였던 자동차 수출이 하반기 168만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ㆍ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회복에 따른 시장 경쟁 심화, 세계 각국의 보호주의 강화, 자동차 및 부품 업체의 파업으로 인한 자동차 생산 차질 등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더욱 염려되는 부분은 자동차 및 부품의 수출 부진이 한국 전체 수출 부진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및 부품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약 13.3%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다른 산업 분야의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자동차의 선전이 불가결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ㆍ기아차는 올 상반기 11.4%의 영업이익률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했다.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속성상 박수 받을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현대ㆍ기아차가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회복을 위해 수익성 제고뿐 아니라 수출 확대에도 좀 더 힘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