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문재인호의 경제정당론] <상> 확 달라진 새정치연합

이념논쟁 벗어던진 제1야당 긍정 평가… 디테일 부족은 숙제
재보선서 정권심판 구호 대신 경제·민생해법 등 화두 내세워
표지만 바꾼 소득주도 성장론
"정책 비판만 있고 대안은 없다"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석학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정표(왼쪽부터) 건국대 교수,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문 대표, 조윤제 서강대 교수. /=연합뉴스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디언 래크먼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논설위원과 만나 경제 문제와 남북 문제 등에 관한 면담을 가졌다. 제1야당 대표가 세계 유수의 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과 면담을 가졌다는 점에서 새정치연합이 내세운 유능한 경제정당이라는 구호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새정치연합은 오는 4월 재보궐선거에서 정권심판론·정권견제론과 같은 네거티브 선거운동을 자제하기로 했다. 대신 제1야당에 기회를 달라는 호소와 함께 경제와 민생을 화두로 내세워 선거를 치른다는 복안이다.

◇야당 변신에 긍정 평가 많아=문 대표가 당권을 거머쥔 후 새 정치연합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당 대표 취임 이후 '유능한 경제정당'이라는 정치구호를 사용하면서 민생과 경제에 '올인'하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김한길·안철수 대표의 합당 선언 이후 '정권심판론'을 정면으로 내세우며 현 정부를 압박한 것과 비교할 때 제1야당의 모습이 180도 변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문 대표가 소득주도성장론을 정면으로 내세우면서 직장인들과 연말정산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50~60대 자영업자들과 서민경제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장외투쟁'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새정치연합이 유능한 경제정당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치권과 재계의 관심도 자연스레 새정치연합이 얼마나 변신에 성공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새정치연합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며 "쓸데없는 이념논쟁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문 대표가 주장하는 것이 현실경제에 필요한 부분인 만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도 "경제가 실제 어렵고 양극화 문제가 커서 국민들 역시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며 "문 대표가 진보 진영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문제를 꺼내 들면서 정치적인 영토 확장에 나서는 것은 문 대표 자신과 당을 위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표지만 갈아끼운 기존 주장'이라는 비판도=그러나 한편에서는 문 대표의 소득주도성장론이 표지만 갈아 끼운 정치적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적 평가도 내놓고 있다. 정세균 전 대표가 2011년 분수경제론을 주장한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정 전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보호, 부자감세 철회와 공평과세를 통해 서민과 중산층에 실질적인 경제의 온기가 전달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 대표가 윤장현 광주시장과 함께 소득 주도 성장의 한 방안으로 내세운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도 구체적 청사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광주에 자동차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특히 고부가가치산업인 수소차·디젤차 등 특수목적 자동차를 위주로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지만 투자주체인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 대표와 광주시는 새로 조성될 자동차단지 노동자의 임금을 3,000만~4,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채용된 노동자들이 임금 재협상을 요구해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직 대안과 디테일 부족=대안 없는 정부정책 비판으로 여전히 정부의 실정만을 알리는 야당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새정치연합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가계부채 증가 등에 한목소리로 비판하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 제시는 따르지 않고 있다. 아울러 구체적인 수치와 시뮬레이션 결과 등도 수반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도입 초기 극심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전월세상한제와 전월세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 대표는 최저임금 10% 인상을 주장하지만 자영업자와 한계에 직면한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비판에 구체적인 지원대책은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대표가 정책위원회와 민주정책연구원 등을 가동해 대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참신하고 국민을 사로잡을 만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더욱이 정부여당에 대한 반박을 설득한 만한 디테일이 부족해 유능한 경제정당론이 자칫 구호에 그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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