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 68년 라디오 수출 클레임 사건 문책 대신 '人和'로 해결

연암, 68년 라디오 수출 클레임 사건 문책 대신 '人和'로 해결 '골드스타' 라디오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던 지난 68년 1월. 중남미로 수출됐던 라디오 케이스가 망가졌다는 이유로 1,000대 모두 반품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는 발칵 뒤집어졌고 책임공방이 치열하게 오갔다. 제품이 깨질 만큼 허술하게 케이스를 만든 럭키의 책임이라는 게 금성사의 주장. 이에 럭키는 규격품을 납품했기 때문에 모두 깨진 것은 제품 포장을 한 금성사의 탓이라고 맞섰다. 결국 회의 석상에서 양측간의 책임공방에 언성까지 높아지면서 금성사의 임원이 화를 참지 못해 자리를 박차고 회의 석상을 뛰쳐나갔다. 너무나 뜻밖의 일이라 임원들은 숨을 죽인 채 연암의 눈치만 살폈다. 연암은 회의를 일정대로 마치고 구자경 럭키 전무와 고(故) 박승찬 금성사 전무를 따로 불렀다. "봐라, 니가 싸워서 될 일이가? 덕성 있는 경영자는 논쟁 속에도 인화(人和)를 생각해야 한다." 수출 클레임이라는 사건에 금성사와 럭키는 뒤숭숭했다. 문책성 인사가 뒤따를 것이란 소문도 나돌았다. 하지만 다음날 회사로 출근한 직원들은 임원 보직발령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졌다. 연암은 박 전무와 구 전무 두 사람 모두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박 부사장은 럭키로, 구 부사장은 금성사로 각각 발령을 냈다. 서로 자리를 바꿔 일을 해보며 서로의 어려운 점을 이해해보라는 연암의 생각이었다. 60년 LG 경영의 기본인 인화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입력시간 : 2007/01/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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