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그웨이를 발명한 딘 카멘은 그가 설립한 데카리서치의 연구자 300명과 함께 과학적 소양을 갖춘 사회 구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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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그웨이는 처음 공개됐을 당시 사람들에게 호평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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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링샷 정수기 ① 더러운 물 ② 증류 유닛 ③ 수증기 ④ 압축기 ⑤ 응축된 수증기 ⑥ 깨끗한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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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용 전동스쿠터 세그웨이는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미국 발명가 딘 카멘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보도에 올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본 뒤 계단을 오를 수 있는 전동 휠체어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세그웨이를 개발해냈다. 이처럼 카멘의 모든 발명품은 인류의 좀 더 낳은 삶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온 세상이 과학적 소양을 갖추도록 만드는 것. 이를 위해 카멘은 미래의 동량인 학생들이 스포츠만큼 과학기술을 좋아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을 지향하는 발명
카멘은 현존하는 가장 성공한 발명가 중 한 명이다. 인터넷에 견줄 만한 세기의 발명품이라는 극찬을 받는 세그웨이를 개발, 사회적 명성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으며 지난 40여년간 개발한 혁신적 발명품들에 힘입어 엄청난 돈도 벌었다. 저택에는 개인용 헬리콥터가 있고 롱아일랜드에는 1만2,200㎡ 면적의 개인 섬까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카멘은 여타 발명가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돈을 위해 발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에게 금전은 좋은 발명에 따른 부산물일 뿐 발명의 목적이 아니다. 라이트 형제나 토머스 에디슨이 돈을 위해 비행기와 전구를 개발하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다.
카멘에게 있어 발명의 궁극적 지향점은 사람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류의 삶을 이롭게 하는 게 목표다.
이러한 철학은 그가 지난 1982년 미국 뉴햄프셔주 맨체스터에 설립한 연구개발기업 데카리서치에도 녹아 있다. 이곳에서는 손익계산과 같은 경제학적 법칙은 철저히 무시된다. 누구도 투자비용 대비 경제성을 논하지 않는다. 대신 카멘을 필두로 데카리서치를 구성하는 300명의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은 오직 물리학과 열역학 법칙만이 존재하는 공간에서 인류를 위한 연구개발(R&D)에 매진하고 있다.
세상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마음에서 출발한 세그웨이의 개발을 위해 데카리서치의 연구진들이 1억달러의 자금과 10년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연구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성공한 발명, 실패한 세상
발명가로서 카멘의 자질은 이미 10대 때부터 빛을 발했다. 집 지하실에서 음악에 맞춰 불빛이 들어오는 조명장치를 개발, 뉴욕 전역의 박물관과 호텔에 공급함으로써 연간 6만달러의 거금을 벌어들인 것. 20세가 된 1923년에는 당뇨병 환자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준 휴대용 인슐린 펌프를 개발해 백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카멘은 계단을 오르는 휠체어 '아이봇(iBot)',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어떤 연료라도 사용할 수 있는 스털링엔진 정수기 '슬링샷(Slingshot)' 등 인간 사랑에 기반한 발명품들을 속속 개발해냈다. 특히 지난해 미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로봇 팔 '루크 암(Luke arm)'은 지금도 가장 앞선 기술의 인공 의수(義手)로 평가 받는다.
물론 카멘도 매번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세그웨이조차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의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실제 2001년 세그웨이가 공개되기 전까지 언론들은 데카리서치의 비밀연구소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는 발명품을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었다. 하지만 막상 세그웨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냉담했다. ABC방송의 한 앵커는 '고작 이거야?'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에도 한동안 세그웨이는 도시민들의 이동방식을 바꾸기는커녕 끝없는 규제의 장벽에 걸렸고 판매고 역시 낮았다.
아이봇 역시 미국 국가기술메달ㆍ레멜슨-MIT상ㆍ하인츠상 등 미국의 유명 과학기술상을 휩쓸며 혁신성을 인정 받고 있지만 보험사들과 국가의료보험은 2만6,000달러나 되는 이 값비싼 휠체어의 보험적용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올 1월 아이봇을 생산하던 존슨앤존슨 사업부는 결국 생산중단을 결정했다.
고등학생 두뇌 개혁프로젝트
이처럼 수차례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카멘은 여전히 신념을 버리지 않고 있다. 실패한 것은 자신의 발명품이 아니라 그 진가를 몰라준 세상이라고 믿는다. 그가 과학적 소양을 갖춘 사회의 구현을 인생 최대의 목표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때문에 카멘은 그 출발점을 고등학생들의 두뇌로 잡았다. 미래의 동량인 학생들의 두뇌혁신을 꾀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과 기술연구에 나서도록 만들고 이를 통해 인류의 문화 전반에서 기술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것.
카멘이 1989년 설립한 비영리기구 '퍼스트(FIRST)'가 바로 그 도구다. 퍼스트는 '과학과 기술의 영감과 인식을 위해(For Inspiration and Recognition of Science and Technology)'의 약칭으로 아이들이 과학기술을 축제처럼 즐기면서 스포츠만큼 과학과 기술을 좋아하도록 만드는 게 설립 모토다.
이를 위해 퍼스트는 현재 로봇경진대회와 유사한 퍼스트테크첼린지(FTC)와 레고그룹의 후원을 받는 레고리그 및 주니어 레고리그를 주관하고 있다. 각 대회들은 대중성 강화와 흥미유발을 위해 텔레비전으로 중계된다.
이중 올해로 18회를 맞은 FTC는 카멘이 가장 역점을 두는 대회다. 일정한 부품키트를 활용, 6주 내에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형태로 치러지는데 미국ㆍ캐나다ㆍ브라질ㆍ멕시코ㆍ이스라엘의 고등학생들이 매년 900만달러의 장학금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인다. 올해는 공 던지는 로봇을 제작해 상대방 로봇의 바스켓에 공을 던져 넣는 경기가 진행됐으며 2월28일부터 50일간 1,677개팀 4만2,000명의 학생들이 열띤 경쟁을 펼쳤다.
해결사 많으면 해결되는 문제도 많아
카멘의 바람대로 20여년에 걸친 퍼스트의 노력들은 점차 그 효력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추산에 따르면 지금까지 퍼스트가 주관한 각종 대회에 참가한 인원은 총 100만명이 넘는다. 게다가 지난해 MIT의 입학생 10명 중 1명이 대회 참가 경험을 갖고 있을 정도로 인재나 영재들의 비중이 높다.
특히 2005년 미국 브랜다이스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퍼스트가 주관한 대회에 참가했던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대학진학률과 졸업률, 그리고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빈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인상적인 것은 따로 있다. 퍼스트 대회 참가 학생들은 일반 학생들에 비해 졸업 이후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비율이 두 0배, 엔지니어링 분야 종사 비율은 무려 네 배나 높다는 사실이다. 각국 정부가 막대한 예산과 정책을 동원하고서도 이공계 진학률 향상과 과학기술계 인재 육성에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퍼스트의 역할과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된다.
하지만 카멘에게 이 정도는 만족스러운 결과가 아니다. 그는 퍼스트의 대회들이 단순한 과학경진대회의 단계를 넘어 국민적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슈퍼볼과 모든 면에서 경쟁 가능한 축제로 커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 카멘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우리는 다수의 법칙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공식은 간단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해결되는 문제의 숫자도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 스털링엔진 채용 '슬링샷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수기
딘 카멘의 슬링샷 정수기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발명품
이다. 전기조차 쓰지 못하는 빈민들을 위해 외연기관의일
종인 스털링엔진을 채용, 더러운 물을 깨끗하게 정화해준
다. 특히 나무는 물론 풀·쇠똥 등 연소가 가능한 모든 것
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스털링엔진은 실린더 내부에 주입된 헬륨가스를 가열
및냉각시켜 압축팽창을 반복함으로써 피스톤을 작동시킨
다. 이 동력은 슬링샷 정수기에 전달되며 증류 유닛 속의
더러운 물을 끓이는데쓰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증기를
압축기에 통과시킨 뒤 열교환 방식으로 응축시켜 깨끗한
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슬링샷 정수기의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