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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중동 건설 붐 한창 때 미개척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
외교 악화 등 난관에도 결실… 추후 161건 공사 수주 잇달아
단일국가 최다 시공 기록 보유
리비아 트리폴리·벵가지 중앙병원은 당초 각각 다른 업체가 시공을 진행하다가 포기한 사업장이었다. 국내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중동 건설 붐에 빠져 있던 시기. 오히려 미개척 시장이었던 아프리카에 진출한 대우건설은 이 공사를 이어받아 완성 시키며 리비아 의료 서비스를 획기적으로 끌어 올렸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세워진 트리폴리 중앙병원 = 트리폴리 중앙병원은 당초 이집트 업체가 공사를 시작 했지만 리비아와의 외교 관계 악화로 인해 골조가 완성될 시점에서 중단된 채 6년간 방치됐다. 대우건설은 지난 1981년 11월 1억 3,700만 달러에 이 공사를 수주했다. 1996년 9월 준공이 이뤄지기까지 15년간 이어진 사투의 시작이었다.
공사를 시작하자마자 맞닥뜨린 것은 현장에 방치돼 있는 쓰레기 더미였다. 이전 건설회사가 버리고 간 건설 폐기물에 인근 불법 거주자·지역 주민들이 몰래 버리고 간 음식 쓰레기까지 더해지자 사업장 전체에 쥐와 들개 등 야생동물은 물론이고 벼룩, 모기까지 가득차 있었다. 건물 안에선 손수레를, 바깥에선 중장비를 이용해 3개월 이상 쓰레기를 치우는 직업을 지속해야 했다.
6년간 방치되면서 발생한 자재 부식과 누수 등은 공사 진행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소였다.
대부분의 자재가 설치 중이거나 바깥에 그대로 방치돼 있어 심하게 훼손돼 있었으며 1970년대에 수입된 일부 의료 장비나 자재는 이미 구식이 된 지 오래였다. 폐기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발주처와 실랑이를 벌이고 이전 건설사의 시공 하자부터 해결해 나간 탓에 초기 공사 속도가 더디게 진행됐다.
이후 서서히 공사가 활성화되면서 종합병원 설비가 곳곳에 시공되기 시작했다. 원자력 병동과 폐기물 처리 시설을 만들었으며 중앙 수술실엔 24개의 무균실과 공기 순환용 특수 여과기를 시공했다. 그 당시 최첨단 설비인 서류배송과 진공청소 설비도 건물 내부 벽체에 설치했다.
1981년 현장을 인수한 뒤 1988년까지 공사를 완성 시켰지만 또 다른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팬암 여객기 폭파사건과 미국의 리비아 폭격 등으로 인해 개원이 계속 연기됐던 것. 결국 8년간 기다린 끝에 1996년 9월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가 참석한 상태에서 준공을 할 수 있게 됐다.
◇대우건설 CM의 시작, 벵가지 중앙병원 = 벵가지 중앙병원은 리비아 국영회사가 시공을 시작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10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대우건설은 1984년 7월 이 회사와 하청계약을 체결하고 다음 해 벵가지 주 정부와 원청계약을 다시 체결하면서 벵가지 중앙병원 설립에 뛰어들었다.
공사 단가의 73%만 대우건설이 받고 나머지 27%는 원청사가 가져가도록 돼 있어 수익성이 낮았을 뿐만 아니라 노후화된 기자재를 처리해야 하는 문제 등까지 겹친 난공사였다. 명목상 대우건설은 하청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 모든 공사를 주도해나가는 원청사 역할을 해 사실상 대우건설이 수행한 건설사업관리(CM)의 효시가 된 공사다.
계약 당시 30개월이었던 공기가 수 차례 연장되고 벵가지 주 정부의 재원 부족으로 인해 공사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다 트리폴리 중앙병원처럼 개원이 연기되기도 했다. 대우건설은 2001년 9월 수의계약으로 다시 한 번 벵가지 중앙병원 완성공사를 수주해 끝까지 리비아의 의료병원 탄생을 책임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두 공사는 대우건설의 도전정신을 볼 수 있는 공사로 기억되고 있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리비아에서 총 161건의 공사를 수행해 국내 건설사 중 단일 회사가 단일 국가에서 최다 시공한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