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이들 있었기에 '혁신' 있었다

■미친듯이 심플
켄 시걸 지음, 문학동네 펴냄
■조너선 아이브
리앤더 카니 지음, 민음사 펴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켄 시걸

디자인총괄 수석부사장 조너선 아이브



애플사의 '창의적 천재'인 스티브 잡스(1955~2011)도 때로는 그다지 좋지 않은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가 있었다. 1998년 애플의 최신 컴퓨터 출시를 앞두고 제품명을 '맥맨(MacMan)'으로 고집한 것이 그랬다. 아이맥(iMac)이라는 이름은 싫어했다. 그런 잡스를 "맥맨은 소니 '워크맨'을 연상시켜 최첨단 이미지를 훼손시킬 뿐 아니라 게임 이름 '팩맨'과 비슷해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부여한다"며 질기게 설득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켄 시걸이다. 시걸은 17년간 애플의 광고와 마케팅을 이끌었던 '잡스가 가장 신뢰한 애플의 조력자'였다. 시걸이 '아이맥'이라는 이름을 지켜냈기에 이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다.

2011년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잡스는 또 한 사람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나를 제외하고 회사의 운영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입니다. 그에게 이래라저래라 하거나 상관 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잡스가 지목한 인물은 조너선 아이브, 현재 애플사의 디자인 총괄 수석 부사장이다. 아이브는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명의 천재'라는 부제가 따르는 사람으로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탄생시키며 각종 디자인상을 휩쓸었고 디자이너로서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잡스가 애플사의 전설적 상징이 될 때 그를 뒤에서 받쳐준 협력자들의 책 2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켄 시걸이 직접 쓴 '미친듯이 심플'은 잡스와 공유했던 애플사의 본질인 '단순함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애플 '아이(i) 시리즈'의 기반을 다진 시걸은, 잡스의 경영 방식을 "단순함을 향한 헌신적인 집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심플 스틱'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는데 이는 어수선한 결과물을 내놓은 직원을 잡스가 직설적으로 호되게 평가했을 때 "심플 스틱으로 맞았다"하던 애플사 내부 통용어였다. 그 정도로 단순하고 직관적인 디자인·기능을 강조했음을 뜻한다. 1997년 고사 직전의 애플의 부활에 기여한 광고 캠페인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 역시 시걸의 작품이었다. 단순하고 일관성 있는 이름이 판매 촉진은 물론 기업 브랜드를 강화시키는 순환 효과를 발휘하듯 애플의 '두 단어' 광고도 간단하지만 강력하고 창의적인 기업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아이브는 입사 초기부터 두각을 보여 4년 만에 디자인 책임자가 됐다. 잡스가 전적으로 신뢰했던 그는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과 함께 '사람을 위한 제품 디자인'을 자신의 철학으로 지켜왔다. 이는 애플의 디자인 철학과도 일치한다. 아이브가 가장 우선시 한 것은 사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감성을, 인식을 안겨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예쁘게 멋있게 만들고자 하는 생각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사용자에게 친밀하고 정직하게 다가가 제품 본래의 목적에 몰입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보다 나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게 하는 것이 디자인의 핵심이었다. 아이브는 "물건을 디자인 하는 것이 아니라 물건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을 디자인한다"고 말했고 실제로 그가 만든 애플의 제품들은 우리 삶에 근본적인 혁신을 가져왔다.

'미친듯이 심플'은 1만6,800원. '조너선 아이브'는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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