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유화 ‘빨래터’의 진위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쳇바퀴 돌고 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조원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원고와 피고 측 감정 결과가 엇갈렸다. 법원은 앞서 미술전문가 20명에 의한 ‘안목 감정’을 했으나 위작을 주장한 피고 측이 공정성을 문제 삼자, 작품에서 두 부분을 미세하게 떼어내 분석하는 방식의 파괴 감정을 했다. 원고인 서울옥션이 추천한 감정인은 “시료 단면을 분석한 결과 층층이 쌓인 물감모양이 박 화백의 다른 그림과 유사해 진품으로 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반면 피고인 미술 전문지 아트레이드가 추천한 감정인인 최명윤 명지대 교수는 “시료 단면을 관찰하는 한편 그림 50군데 정도를 사진 찍어 확대한 뒤 분석한 결과 빨래터가 박 화백의 작품이 아닌 위작”이라는 결론을 법원에 제출했다. 한편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캔버스 일부를 떼어내 연대 측정을 한 감정 결과는 ‘측정 불가’로 나왔다. 또 최 교수는 시료를 분석한 연대 측정 결과를 내지 않아 재판부가 다음 기일에 이를 제출하도록 했다. ‘빨래터’는 2007년 5월 서울옥션을 통해 45억2,000만원에 팔려 국내 작가 작품 최고 경매가 기록을 세웠으나 그 해 12월 미술잡지 아트레이드가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옥션은 지난해 1월 아트레이드 측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3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