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K씨는 최근 휴대폰 때문에 중요한 업무를 그르칠 뻔했다. 휴대폰 번호를 ‘010’으로 바꾼 뒤 독일 바이어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한동안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K씨는 전화를 기다리다 못해 독일로 연락을 해본 뒤에야 “전화번호가 틀려 연결이 안됐다”는 항의를 받았다. 이동통신사에 이유를 따지자 “해당 국가에 아직 010 식별번호가 등록돼 있지 않아 인식을 못하는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이동통신 신규 가입자에게 부여되기 시 작한 ‘010’ 통합번호가 여러 미비점 때문에 적지않은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010 가입자들이 해외에서 걸려오는 일부 전화를 제대로 받을 수 없는가 하 면 문자메시지(SMS)가 수신되지 않는 일도 빈번히 발생하는 것.
010은 올해 새로 생긴 식별번호이기 때문에 세계 각국의 통신사들이 전산시스템에 등록을 해야 국내로 전화를 연결시켜줄 수 있다. 해외 기간통신사업자의 경우 대부분 한국의 바뀐 번호체계를 인식하고 있지만 수많은 소 규모 별정통신사업자 중에는 아직 010 번호를 모르는 업체가 많기 때문에불통 현상이 생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010 가입자가 ‘익명전화 수신거부’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일부 국가에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010 가입자는 “해외 통신사에 알리는 기본적인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 고 번호통합을 시행해놓고는 문제가 생기자 해당 국가에 문의하라는 식”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일부 구형 휴대폰으로는 010 가입자에게 아예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없 는 것으로 밝혀져 가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문자메시지 불통은 010 통합번호 도입을 고려하지 않고 제작된 구형 단말기가 010을 휴대폰 번호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 AS센터에서 최신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되지만 이 역시 불편이 적지않다.
010 번호를 가진 KTFㆍLG텔레콤 가입자가 SK텔레콤으로 옮길 경우 번호이동 시차제가 끝나는 내년 1월 이전에는 자기 번호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도 가입자들의 불만사항 중 하나다. 이동통신 3사의 식별번호를 010으로 통일해 자유롭게 옮길 수 있게 한 번호통합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
김문섭기자 cloone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