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동산 정책의 선결 조건
김현아 한국건설산업硏 부연구위원
김현아 한국건설산업硏 부연구위원
최근에 부동산시장을 전망하는 일은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 돼버렸다. 당초 전망의 근거로 삼았던 각종 정책변수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변경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관련 세제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물론 어떤 경우는 관련 법령이 입법예고를 마치고도 정작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시행 시기가 늦춰질 전망이다. 이로 인해 최근 부동산시장에서는 새로운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됐다. ‘정책의 시행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여러 연구기관들은 올 연말 주택을 포함한 부동산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여러 가지 변수가 고려됐으나 올해 초 소득세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오는 2005년 1월부터는 1가구3주택 보유자에게 양도세가 중과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매물이 연말에 집중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부터 시행되는 종합부동산세나 보유세 개편도 매도세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중 어느 하나도 확실한 것이 없다. 양도세는 유예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데다 종합부동산세나 보유세 개편은 아직도 보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보니 내년에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보고 정부가 또 일관성 없이 냉ㆍ온탕정책을 펴는 것이 아니냐며 비난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정부의 일관성이 아니라 일관성을 의식해 무리한 속도로 정책 추진을 강행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세제 개편은 분명 개혁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과거에 불합리한 세금부과 방법도 많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합리적인 정책이라도 변화의 폭이 급격하다면 저항이나 불편은 있게 마련이다.
특히 현재와 같이 경기침체가 가중되고 있는 시기에 세부담을 늘리는 정책은 더더욱 그러하다. 이것뿐인가. 안정적인 세수입을 확보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부동산경기 침체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취득ㆍ등록세는 당초 목표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런데 세율까지 인하한다고 하니 불안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부동산 세제는 비단 많이 가진 자에게 많이 부과한다는 단순한 논리 이외에 중앙정부와 광역지방자치단체 또 기초자치단체 간의 세수 배분 등 매우 복잡한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에 새로운 개혁을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의 사전 준비작업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세제 개편안은 이러한 점검에 다소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얼마 전 정부는 등록세율을 현행 3%에서 1.5%로 대폭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추가로 감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단순히 세율의 변화로만 보면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과표다. 현재 취득ㆍ등록세의 과표는 신고가액과 시가표준액 중 높은 금액을 적용하고 있다. 시가표준액은 지역마다, 주택 유형마다 다르지만 대략 평균적으로 시세의 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내년 1월1일부터 기준시가로 상향 조정된다.
현재 기준시가는 시가의 70~90%에 이른다. 즉 세율이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과표는 사실상 2.5~3배가량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뿐이 아니다. 내년 4월 말부터는 주택가격 공시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과표가 다시 기준시가에서 정부 공시가격으로 변하게 된다. 그리고 내년 7월1일부터는 개정된 중개업법 시행으로 실거래가격을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다시 과표는 실거래가격이 된다.
결국 내년부터는 보유세는 물론 거래세도 크게 증가하는 셈이다. 세부담의 증가는 결국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키고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소비는 매우 침체돼 있지 않은가. 그리고 부동산거래 역시 더욱 침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 정부는 이번 조세 개편이 부동산투기 억제보다 조세 형평성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고 발표했다. 정말 정부의 의도가 그러하다면 지금이라도 시행 속도를 다시 점검하자. 특히 거래세의 과표 현실화는 조금 더 단계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기타 주택가격 공시제도 등도 좀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준비해 시행해야 할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 때문에 무리하게 시행하고 나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시로 제도가 바뀐다면 아마 시장과 국민의 평가는 더욱 냉혹해질 것이다. 오히려 조금 천천히 하더라도 이번에는 정말 끝까지, 꾸준히 해보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욱 일관성 있는 정책의 실천이 아닐까 생각한다.
입력시간 : 2004-11-30 1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