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사이 요즘 유행어 중에 ‘전따’라는 말이 있단다. 무슨 뜻일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 보니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검색어 ‘전따’와 함께 엮어 나오는 단어들은 ‘자살’ ‘폭행’ 등과 같은 살벌한 것들이었기 때문. 전따는 ‘전교생에게 따돌림 당하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로 학생들 사이에선 일종의 ‘사망선고’와 다름 없다. 검색 결과의 내용들에 따르면 ‘전따’로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에겐 공통된 특징이 있는 듯 싶다. 못생기고, 뚱뚱하거나 공부를 못하고 집안 사정이 어렵다는 게 바로 그것. 반대로 출중한 외모에 똑똑하고 집안까지 좋은 아이들은 ‘킹카’ ‘퀸카’로 불리며 만인의 사랑을 독차지 한다. 이런 세태를 고스란히 반영한 코믹 드라마 ‘미쓰 홍당무’가 개봉을 앞두고 있어 눈길이 간다. ‘왕따’를 당하는 주인공으로 영화배우 공효진이 출연, 기존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엽기 걸’로 등장한다. 툭하면 이유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을 앓고 있는 29살 노처녀 양미숙(공효진)은 고등학교에서 러시아어를 가르치는 선생이다. 학창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서 선생(이종혁)과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정작 서 선생은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학교 최고 미인 이유리(황우슬혜) 선생.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전따 취급을 받던 양미숙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따돌림을 받는데…. 그녀는 급기야 이유리를 이용해 서 선생을 유혹하기 위한 해괴망측한 작전을 펼친다.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처음으로 제작한 영화답게 기존 장르 영화와는 차별되는 독특한 개성이 영화 곳곳에 배어난다. 신예 이경미 감독은 박 감독의 스크립터 출신으로 그가 공들여 키우고 있다는 영화계 유망주다. 개성 넘치는 인물과 탁월한 심리묘사와 대사들이 그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공효진의 망가지는 연기 못지 않게 황우슬혜의 백치미 넘치는 연기도 돋보인다. 16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