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밀법 위반 고소, 삼성 '범죄 피해자' 부각 국민 알 권리 감안땐 언론, 기소유예 관측도
입력 2005.07.26 18:11:49수정
2005.07.26 18:11:49
삼성이 대국민 사과문과는 별도로 안기부의 불법도청 테이프, 이른바 ‘X파일’을 보도한 언론 등에 불법행위에 따른 민ㆍ형사 고소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향후 삼성 대 언론의 사법대결이 어떻게 귀결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측은 특히 형사고소를 통해 언론이 불법도청 테이프 공개로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 이에 따른 범죄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김종빈 검찰총장이 도청 테이프 유출 및 유포 행위에 대해 집중 수사하겠다고 밝힌 것도 삼성측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언론과 여론이 테이프에 담긴 정ㆍ관ㆍ재계의 유착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삼성은 불법 테이프 공개라는 범법행위를 끝까지 문제로 부각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이 이번 X파일 사건은 그룹과 무관하다고 밝힌 만큼 고소 주체는 삼성 계열사가 아니라 MBC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처럼 홍석현 주미대사와 이학수 그룹 부회장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도 피해 당사자인 만큼 고소인이 될 수 있지만 이 경우 이 회장이 직접 검찰에서 고소인 진술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
삼성측은 언론은 물론 도청 테이프를 유포한 전 안기부 직원에 대해서도 형사고소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실정법을 위반한 제반 당사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테이프 유출과 관련, 국정원의 자체 조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이지만 삼성이 직접 고소한다면 직접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불법도청 테이프 공개는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기 때문에 언론사는 어떤 식으로든 처벌받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최고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보도는 국민의 알권리 제공이라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데다 테이프 내용에 담긴 정계ㆍ검찰ㆍ재계의 검은 유착관계 등을 감안할 때 검찰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언론의 죄는 인정되지만 정상을 참작해 기소유예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때이른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민사소송은 불법행위(통신비밀보호법 위반)에 따른 사생활 침해로 정신적 고통을 당한 만큼 손해배상과 함께 위자료를 달라는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삼성측은 MBC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때 X파일 보도 1건당 5,000만원이라는 법원 결정을 받아냈지만 실제 판결로 가면 이보다 액수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 전문의 한문철 변호사는 “인격권 훼손에 따른 정신적 고통이 사망보다 덜하고 법원 판례가 유명인사 여부에 따라 위자료에 차등을 두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은 많아야 2,000만원 안팎의 위자료 판결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