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시아 부동산 `사재기'

미국 투자자들이 경제위기로 헐값이 된 아시아 부동산의 매입 러쉬를 이루고 있다.아시아국들은 외자유치와 부동산 담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를 위해 더욱더 염가세일에 나설 계획이어서 미국의 부동산 매수는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뱅커스 트러스트, 골드막 삭스, 모건 스탠리 딘 위터 등 내로라하는 투자은행들은 아시아 부동산시장 매입의 선두에 나서고 있다. 지난 80년대 일본이 미국 부동산을 닥치는대로 매입했던 것처럼 이제 미국이 아시아 부동산의「점령」에 몰입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 부동산 컨설팅회사인 E&Y 케네스 레벤탈이 18일 발표한 연례 아·태지역 부동산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 9월까지 1년간 매입한 아시아 부동산 규모는 대략 1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의 10억달러보다 무려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 사실 지난 90년대초까지 아시아국, 특히 일본은 경기호황을 타고 수백억달러의 미국 부동산을 매입해왔지만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현지 철수에 급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주식 활황으로 자금이 넘쳐나고 있는 미국 투자자들은 호텔, 골프장, 사무실 등 염가에 나온 아시아 부동산들을 적극 매수하고 있다. 레벤탈의 잭 로드맨 사장은 『미국 부동산업자와 투자자들은 아시아 위기 이전의 10% 가격으로 매물을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을 헐값에 매입할 수 있는 이유는 주로 아시아 금융기관의 부동산 담보 부실채권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레벤탈은 아시아지역의 거품경제가 꺼지면서 일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6,000억 달러를 포함, 아시아 전체로 1조5,000억 달러가 사실상 부실채권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이 부동산 담보 부실채권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아시아국들이 이들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정리를 위해 투매하는 부동산을 초염가에 받아먹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한국과 타이 정부는 수주내에 부실 금융기관이 안고있는 부동산 세일을 계획하고 있어 미국 투자자들은 당장 10억달러어치의 부동산을 추가로 매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병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