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소프트뱅크 '東京결의' 결실

'400억원 뉴미디어 펀드' 만든다

2006년 여름 일본 동경 소프트뱅크 본사. 이사진 전원을 이끌고 소프트뱅크를 방문한 남중수 KT 사장이 일본 최고의 갑부로 자리매김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환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둘은 깊은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당시 두 사람이 비공개로 뉴미디어 분야의 사업협력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로부터 20개월 후 동경결의가 결실을 맺었다. KT와 소프트뱅크는 3일 양사가 각각 200억원씩 투자해 ‘KT 글로벌 뉴미디어 투자펀드’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투자운용은 소프트뱅크의 한국 내 창업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가 맡는다. 이 펀드는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교육 등의 제작에 참여해 수익을 낼 목적이지만 사실상 KT의 인터넷(IP)TV 사업인 ‘메가TV를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 엔터테인먼트 투자펀드와 차별화된다.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사장은 “메가TV에 독점적인 콘텐츠 제공을 전제로 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TV의 핵심 경쟁력이 될 콘텐츠 확보를 지원하는 것이 펀드 설립의 배경이라는 얘기다.. KT와 소프트뱅크는 향후 펀드 규모를 600억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며 7년 만기로 운용하면 총 1,500억 이상의 직접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트폴리오를 잘 짜면 5,000억~1조원에 이르는 콘텐츠 제작사업에 참여, 판권을 확보할 수 있다. KT의 뉴미디어 사업에 도움을 주는 것이 일차 목표인 이 펀드에 손 회장은 국내 자회사의 여유자금이 100억에 불과하자 본사에서 100억을 추가로 내주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소프트뱅크 관계자는 “손 회장이 남 사장과의 약속을 지키고, 2001년 KT가 베푼 은혜에 보답하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KT는 소프트뱅크가 2001년 일본에서 초고속인터넷망 사업에 뛰어들자 효율적 망구축 노하우 등을 무료로 컨설팅하고, 국내 사업현황을 손 회장에 직접 브리핑해 주기도 했다. 정만호 KT 미디어본부장은 “이번 펀드투자로 확보된 콘텐츠는 소프트뱅크의 일본 내 IPTV에도 공급될 것” 이라며 “뉴미디어 분야에서 양사 협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통신업계는 인터넷망 뿐 아니라 유ㆍ무선통신서비스, 인터넷포털, 콘텐츠 제작업체 등을 보유한 자산 32조원의 소프트뱅크그룹과 국내 최대 통신기업인 KT그룹의 사업협력이 향후 어디까지 확대될 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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