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글로벌 증시가 동반 강세를 바탕으로 주식형펀드가 좋은 성적표를 내놓고 있지만 채권형 펀드 중 주식형을 뛰어넘는 상품이 있다. 바로 글로벌 정크본드(투기등급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하이일드펀드와 신흥국에서 발행된 채권에 투자하는 신흥국채권펀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해외 하이일드와 신흥국 채권 펀드는 올 들어 3~5% 많게는 8% 이상의 수익을 냈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알리안츠PIMCO 이머징로컬[재간접형](H)(C/A)와 '산은삼바브라질A' 'KB이머징국공채인컴A' 등이 8%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는 등 연초 이후 5% 이상을 기록하는 등 해외 하이일드ㆍ신흥국채권펀드는 8개에 달한다.
정크본드와 신흥국채권펀드는 위험자산과 동일한 방향성을 띠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연초 이후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완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자 덩달아 하이일드채권펀드와 신흥국채권펀드의 성과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간에 수익률이 개선되면서 가격 부담이 없을까.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글로벌 자금이 고금리채권시장에 몰리면서 가격 부담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일반채권과 하이일드채권간 가격차(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졌고 이머징통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관련 펀드의 성과가 급격하게 악화된 것을 감안하면 상승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올초 리스크 완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하이일드 채권의 스프레드가 빠르게 축소됐다"면서 "하지만 현재 금리 수준이 지난해 저점보다 높아 투자매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보통 하이일드 채권의 수익률은 국채 금리와의 차이(스프레드)가 줄어들 때 개선되는데 위험자산 선호가 강해질수록 하이일드 채권의 금리가 낮아지면서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반대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질수록 하이일드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서 스프레드가 커지게 된다.
선진국 경기가 완연한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인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다소 위험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 하이일드펀드에서 투자하는 정크본드는 대부분 국내 우량기업 수준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기업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대열 팀장은 "정크본드라고 하지만 국내 우량 회사채 수준의 건전성을 보유한 기업들에 투자하는 펀드가 대부분"이라며 "글로벌 하이일드 펀드 시장의 규모를 감안하면 일부 부실채권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펀드 성과에 끼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흥국채권 역시 중장기적으로 투자 매력이 높다. 선진국 대비 신흥국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반영되면서 선진국 통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고금리 매력에 환차익까지 더해져 수익률이 개선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김용희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연초 이후 주식, 이머징채권 등의 가격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이 달 중 단기 조정이 예상된다"며 "특히 이머징채권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여전히 저평가 국면으로 단기 조정 국면을 활용해 투자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머징채권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채권으로는 미국 달러화 표시 채권인 소버린채권과 현지 통화로 표시된 로컬채권이 있다. 로컬채권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상품은 알리안츠PIMCO이머징로컬펀드, ING이머징마켓현지통화표시펀드 등이 있고 소버린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는 피델리티이머징마켓펀드, JP모간이머징마켓펀드 등이 있다.
김 팀장은 "소버린채권은 달러화표시 채권으로 로컬채권에 비해 안전성이 높지만 금리가 낮은 편"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달러화 대비 신흥국 통화의 절상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로컬채권 펀드가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투자 위험 측면에서는 하이일드펀드보다 이머징채권의 위험도가 높은 편이다. 금리 외에도 이머징통화 가치 변화에 따라 투자 성과가 크게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열 팀장은 "하이일드채권과 이머징채권은 모두 고금리 투자 매력이 높은 상품이지만 이머징채권은 환율리스크에 노출돼 있어 변동성이 더욱 크다"며 "이머징통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의 경우 수익이 더 빨리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연초 이후 하이일드펀드의 성과도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피델리티아시아하이일드펀드(재간접형)A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78%로 이 기간 해외채권형(4.30%)과 해외주식형(6.39%) 성과를 모두 앞섰다. 이 펀드는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투기등급(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에 이머징마켓 통화 강세 효과가 더해지면서 우수한 성과를 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각광을 받았던 월지급식 하이일드펀드들도 우수한 성과를 냈다. 특히 피델리티월지급식아시아하이일드펀드A(7.59%),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펀드A(5.78%) 등이 5~7% 수준의 성적을 거두며 지난해의 부진을 만회했다. 신흥국 통화 강세는 이머징마켓의 현지 통화로 표시된 고금리채권에 투자하는 상품들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나타냈다. 실제로 알리안츠PIMCO이머징로컬펀드(H)(C/A)는 이 기간 8.88%의 수익을 내며 가장 좋은 성적표를 제출했고 산은삼바브라질펀드A(8.57%), KB이머징국공채인컴펀드A(8.28%), ING이머징마켓현지통화표시펀드A(6.49%) 등도 두각을 나타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