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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전 국무총리와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 등 일본·미국·중국·유럽의 각계 주요 인사 97명이 전쟁과 무력 행사를 금지한 일본의 평화헌법 9조 수호와 한반도 정전 상태 종식, 북한 비핵화 등을 촉구하는 '2015 동아시아 평화선언'을 발표했다.
평화선언은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 조직위원회와 서울시·경기도가 1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2015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에서 이 전 총리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전체를 대표해 공동 발표했다.
이날 평화선언 발표는 14일로 예정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를 하루 앞두고 일본의 과거사 반성과 평화헌법 준수 등을 언급하며 동아시아 평화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이들은 "동아시아가 강대국들의 영향력이 조밀하게 교차하며 군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유럽이 전후 70년 동안 세계 평화와 생태를 지키기 위한 전 지구적 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동아시아가 그 몫을 해야 할 차례"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이들은 "20세기 초 이래 동아시아 침략 전쟁 주역이 됐던 패전국 일본이 과거에 대한 명확한 반성 없이 군사 대국으로 나서고 있어 동아시아의 오래된 갈등구조에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면서 "2차 대전 이후 동아시아 평화를 설계하는 근간이었던 일본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사 대국이 되는 것은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일본의 평화헌법 9조는 동아시아 평화를 떠받치는 주춧돌이고 불행한 과거사가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라며 "일본의 양심을 대변하는 이들과 함께 우리는 평화헌법 9조가 반드시 지켜져야 함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분단 상황에 대해서도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이제 끝내야 한다"면서 "미국·중국·남북한 등 4개국 주요 교전 당사국은 휴전 상태인 한국전쟁을 끝내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협상을 즉각 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북핵에 대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고도화는 더는 방치돼서는 안 된다"면서 대화의 문턱을 낮춤으로써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다.
특히 북한의 핵 개발 동기 약화 등을 위해 "비대칭적으로 우위에 선 미국과 한국·일본이 먼저 긴장 완화 이니셔티브를 취하는 것이 불가결하고 평화 체제로의 전환과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 한반도 비핵화, 북한에 대한 소극적 안전보장(NSA)을 포괄적이고 대담하게 협상함으로써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선언에는 이홍구·고건 전 국무총리, 이만섭·김원기·김형오·박관용·임채정 전 국회의장, 이용훈 전 대법관, 한승헌 전 감사원장,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현역 정치인, 이부영 동아시아평화국제회의 조직위원장, 고은·신경림 시인, 이문열·황석영 소설가, 백낙청·강만길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해외에서도 무라야마·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부장, 월터 먼데일 전 미국 부통령, 너지 데바 유럽의회 한반도 관계대표단 회장,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메어리드 매과이어 등이 같이했다.